5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기상여건 악화와 조사기간 휴일 포함 등에 따라 39개월 만에 최소로 나타난 가운데 12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 마련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기상여건 악화와 조사기간 휴일 포함 등에 따라 39개월 만에 최소로 나타난 가운데 12일 한 시민이 서울 시내 한 고용센터에 마련된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64세 고용률이 처음으로 70.0%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인 15~64세 고용률이 70%대인 것은 1989년 통계 작성 이래, 5월 기준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률은 만 15세 이상 인구 중에 취업한 인구 비율을 말한다. 취업 준비생과 취업을 포기한 사람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사람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업률에 비해 고용 상황을 폭넓게 보여주고 있다. 통계청도 “고용률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로 취업하고 있는지를 가장 간명하게 드러내는 지표로, 노동시장의 현황을 핵심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10명 중 7명이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고용시장이 개선되면 소비가 늘어야 함에도 여전히 내수도 부진한 모습이다. 고용률이 역대 최고인데도 취업 시장은 여전히 한파라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1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

통계청은 “조사 주간에 1시간이라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분류한다.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보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일하고 진입 문턱은 낮은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고용률은 오를 여지가 크다.

실제 일하는 시간은 점점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주당 평균 취업 시간은 35.4시간이다. 10년 전인 2014년 5월(44.8시간)과 비교하면 9.4시간 줄었다. 지난달 조사 기간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이 포함된 것을 고려해도 취업 시간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중은 23.9%로, 2014년(13.0%)에 비해 껑충 뛰었다. 36시간은 단시간 근로자와 전일제 근로자를 가르는 기준으로, 취업자 4명 중 한 명은 시간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근로시간이 줄어든 데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산업의 변화’인 영향이 크다. 통계청 관계자는 “10년 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 배달 대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작은 일자리’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일자리’는 고령층(60세 이상)과 청년층(15~29세)의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달 60세 이상 고용률은 47.4%로, 10년 전(41.3%)보다 6.1% 포인트 증가했다. 과거에는 나이나 건강 등을 이유로 취업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지만, 공공 일자리 등이 늘면서 고용률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들 일자리는 근로시간이 짧아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낮다.

학업과 병행할 수 있는 ‘작은 일자리’가 늘면서 15∼29세(40.2→46.9%) 고용률도 큰 폭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들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불안정함에 따라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 오히려 이같은 작은 일자리만 늘면서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고용률 늘어도 일자리 질 개선은 ‘미미’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다른 요인도 고용시장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 50∼59세(74.9→78.1%) 고용률도 큰 폭으로 올랐는데, 인구 고령화 등으로 돌봄 서비스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50대가 취업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실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민주일반연맹이 지난 2월 돌봄노동 실태 파악을 위해 돌봄노동자 100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50대가 58.4%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33.1%)이 뒤를 이었다.

이들 일자리도 임금이나 근로조건·훈련 기회 등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일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연맹에 따르면 50·60대가 주로 일하는 돌봄 노동의 경우, 임금 수준은 지난해 12월 세전 기준 171만9000원에 그쳤다. 이는 올해 1분기 월 평균 실질임금(371만10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취업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만큼 이들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고용시장이 나아졌다는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

30∼39세(74.0→80.1%) 고용률 증가 원인도 비혼·만혼 등 사회적 요인 컸다. 결혼 등이 늦어지고 일하는 여성이 증가함에 따라 2014년 56.3%였던 30대 여성 고용률은 지난달에는 71.1%로 껑충 뛰었다. 고용률이 두자릿 수 증가한 계층은 30대 여성이 유일했다.

전문가들은 고용 시장의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최근 청년층 고용률이 늘었지만, 시간제 비중이 높아 일자리 질은 악화한 측면이 있다”며 “양적 확대를 넘어 임금 수준을 시간과 비례하는 등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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