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안 생겼다면 타지로 나가서 일했을 거에요. 고향에서 일할 수 있어 기쁘고 보람 차요.”
지난 24일 경향신문과 만난 유인아씨(24)는 자신이 일하고 있는 카페 샘샘’(SAME²)이 자신에겐 보통 직장과는 다르다며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샘샘의 매니저이다.
지난 4월26일 문을 연 샘샘은 정읍 샘골농협이 5억3000만원을 들여 500㎡(151평) 규모의 양곡창고를 카페로 새롭게 고친 곳이다.
1972년 지어진 이 양곡창고는 노후화 돼 양곡을 쌓아 놓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활용방안을 고민하던 정읍 샘골농협은 사단법인 청년경제연구소와 의기투합해 지역과 상생하는 카페를 만들기로 했다.
청년들에겐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조합원들이 생산한 우리 밀과 쌀로 빵과 음료를 만들어 ‘빵지순례(빵+성지순례)’ 코스로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서 이곳의 운영은 정읍지역 청년들이 한다. 메뉴 개발부터 공간 설계까지 모든 과정은 정읍 청년경제연구소에서 지역명소화사업단을 구축해 1년여간 준비했다. 이 단체는 지역 청년을 채용해 제빵과 커피 제조기술 등을 교육한 뒤 샘샘에서 일하도록 했다. 유끼를 비롯해 바리스타4명, 제빵사 2명 등 직원 6명이 모두 정읍 주민이다.
백정록 청년경제연구소장은 “제빵과가 있는 지역 고등학교와 연계해 청년들이 일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샘샘의 시도에 힘을 보탰다. 전북 공공기관 협의체인 ‘ESG네트워크’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자재를 기부했다. 정읍시도 울퉁불퉁한 주차 공간을 포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파는 빵도 전부 정읍지역 밀과 쌀로 만든 빵이다. 밀은 농가 64곳에서 납품받는다. 현재 10여t의 밀을 소비했지만, 연내 100t까지 소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민 김경란씨(60)는 “농사일이 없어 시간이 남을 때 이곳에 차를 마시러 온다”며 “집에서 가까운 곳에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주민 송기수씨(52)는 “카페 샘샘에선 차도 마시고, 지역 농산물로 만든 빵도 먹을 수 있어 좋다. 지역 명소가 돼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샘샘을 찾는 손님들이 지역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밀로 만든 ‘건강 빵’이라는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관광객들 덕분에 빵은 매일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샘샘은 올가을 추수 뒤, 지역농민들을 초대해 우리 밀 빵과 차를 대접하며 농민들이 농사짓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작은 잔치도 벌일 계획이다. 샘골농협은 카페가 위치한 정우면 일대에 ‘우리 밀 벨트’를 조성하는 포부도 갖고 있다. 샘샘 뿐 아니라 인근 중화요릿집·양조장 등에서도 지역산 우리 밀을 활용하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허수종 샘골농협 조합장은 “단순히 카페를 운영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지역혁신으로 지역 내 청년인구가 유입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등 지역명소화사업의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