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의 ‘공급망 탈중국화’에 맞서 독자적으로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간 AI 협력 라인을 발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중국의 AI 범용화 정책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담은 ‘과학기술 정책 브리프’를 8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22년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반도체·과학법을 시행한 이후 중국의 AI 발전 속도는 지연됐다. 중국은 국제적 고립 위기에도 과학기술과 산업 변혁의 주도적 역할 수행을 위해 AI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산업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AI 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한 게 대표적이다. ‘기본자원-핵심기술-응용산업’을 연계하는 가치사슬을 형성해 AI와 실물경제의 통합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 바이두, 바이트댄스 등은 생성형 AI 모델 가격을 앞다퉈 낮췄다. 바이두와 화웨이를 주축으로 한 지능형 커넥티드카(네트워크에 연결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동차) 산업의 시장성도 커졌다.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제조사인 DJI 등 중국 드론기업들은 광범위한 제품라인, 기술수준 제고, 소비자그룹 확대를 통해 국내외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 정부와 싱크탱크 차원에선 AI의 사회적 위험요인에 대비한 법적·윤리적 검토에 들어갔다. 중국은 AI와 데이터에 관한 다수 법률·규정·지침을 공포했지만 모두 부처별로 흩어져 있다. AI 관련 법률에 대한 합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사회과학원(CASS)은 AI 개발·감독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과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핵심 기업들의 기술력과 산업 간 연계 강화에 주안점을 둔 과학기술 정책 수립, 한·중 AI 협력 라인 발굴 및 대안적 글로벌 협력망 구축 확대, 산업 육성과 윤리 중심의 이원화된 입법 전략 구사를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선엽 과학기술외교안보연구단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등 AI 선도국과의 무역·통상에서 장벽으로 작용할 만한 기술요인을 식별·분석해 이를 토대로 한·중 과학기술외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