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서 구글·애플·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온라인 플랫폼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비슷한 법안 추진을 발표한 바 있어 법안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김남근·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과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 및 거래공정화에 관한 법’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민형배·오기형 의원이 발의한 법안까지 합치면 최근 한 달 사이 비슷한 법안이 4개 발의됐다.
야당이 발의한 법안은 ‘사전지정제’와 ‘입증책임 전환’ 도입을 뼈대로 한다. 독과점 지위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전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반칙 행위를 하면 즉각적인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제한다는 내용이다. 반칙 행위에는 자사우대, 끼워팔기,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멀티호밍), 최혜대우 요구 등이 포함된다. 공정위가 불법행위가 있다고 판단하면 고의·과실이 없다는 입증책임은 플랫폼 기업이 지도록 했다.
공정위도 ‘플랫폼 경쟁촉진법’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5월16일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독과점이 고착되면 승자독식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경쟁 회복도 어렵다”며 “소수 독과점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하고 다양한 플랫폼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환경 조성을 위해 플랫폼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 공정거래법 체제로 플랫폼을 규율하는 데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시정명령을 내려도 법원 판결까지 수 년이 걸려 최종 판결이 확정될 즈음엔 이미 독과점이 진행돼 혁신기업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가 부상하자 ‘구글플레이’를 운영하는 구글은 모바일 게임사들이 게임을 구글플레이에만 독점적으로 팔도록 압력을 가했다. 공정위는 2018년 조사에 착수한 뒤 5년 뒤인 지난해 4월에야 과징금 421억원을 구글에 부과했지만, 그 사이 원스토어는 모바일 시장에서 밀려났다. 원스토어 점유율은 2016년 15~20%에서 2018년 5~10%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구글앱스토어 점유율은 80%에서 90~95%로 올랐다. 경쟁업체가 받은 독과점 피해는 되돌릴 수 없게 된 것이다.
유럽연합(EU)에서는 지난 3월부터 빅테크 기업을 규제할 디지털 시장법(DMA)을 시행하고 있다. 시장지배적인 플랫폼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로 사전에 지정하고 불공정 행위가 생기면 바로 제재하는 법이다. EU는 알파벳(구글), 바이트댄스(틱톡),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페이스북) 6개사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했다. 야당 발의 법안들은 EU의 법안을 본따 만든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법안이 22대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여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온라인 플랫폼법 정부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플랫폼 업계의 극심한 반발에 부닥치자 보류했다. 21대 국회 때도 야당 의원들 주도로 비슷한 법안이 여러 개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공정위가 별도의 정부 입법안을 낼지는 미지수다. 한 위원장은 지난 5월16일 “기존에 논란이 된 사전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국회가 본격 개원하면 여야의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