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조종사·일반직 노동조합이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에 반대해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조는 1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양사 기업결합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이 행동 수위를 높인 것은 최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에어인천이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에어인천이 화물사업부를 인수하면 에어인천으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진 직원 규모는 800여명이다. 최도성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장거리 화물운송 경험이 없는 에어인천에 총 11대의 중대형 화물항공기가 매각되는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는 평균 기령이 26.6년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에어인천이 영속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에어인천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의 처우나 합병 이후 직원들의 거취 문제 등으로 불안감이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후 아시아나항공 일부 직원이 산하 저비용항공사(LCC) 등 자회사에 배치될 수 있다는 소문도 돈다. 조종사노조는 대한항공 노사협력팀에 올해 3차례에 걸쳐 고용과 처우 등을 논의하자고 요구했으나 대한항공이 답을 하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조종사노조는 ‘단체 사직’ 카드도 꺼내든 상태다. EC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등을 조건으로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했는데, 화물기 조종사들이 옮겨가지 않으면 매각이 무산돼 EC 승인 조건을 채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에어인천 이동 대상인 조종사 250여명 중 200명이 조합원이고, 지난 1일부터 현재까지 100여명이 조건부 사직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양사 합병이 독과점으로 인한 요금인상과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합병으로 영국과 유럽연합 등에 항공사 핵심 자산인 슬롯을 반납해야 하는 점 등을 들어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세계 항공시장은 완전경쟁 체제로 독점이 불가능하고 슬롯 이관 대부분은 국내 LCC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기업결합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나 노조와의 접촉은 법적 우려가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에어인천으로 이전할 직원들의 고용 및 근로조건 유지를 최우선 과제로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반발이 실제로 합병을 멈춰세울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4년간 14개국 중 13개국으로부터 승인 또는 조건부 승인을 받으며 거의 막바지까지 온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대한항공 인수 외에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킬 방안이 없고, 합병 절차가 거의 진행된 상황에서 노조도 실제 합병을 무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양 노조는 올해 말 아시아나항공에 도입돼야 할 A350 기체 2대가 대한항공으로 넘어갔다며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를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난 3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로부터 구매한 A350계열 항공기 33대 가운데 2대가 아시아나항공에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이 대한항공에 우선권을 넘겼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내부 기재운영계획 등을 고려해 도입대수 변경 없이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