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50%인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상속세 자녀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확대키로 했다. 상속·증여세 세율을 바꾸는 것은 25년 만이다. 기업을 물려주거나 고용을 늘린 기업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다. 고자산·고소득 계층에 감세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현실화될 경우 향후 5년간 세수가 올해보다 최소 18조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5일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을 기존 50%에서 40%로 낮추기로 했다. 2000년 상속 최고세율을 45%에서 50%로 올린 지 약 25년 만의 개편이다. 상속·증여세 최저 세율(10%)이 적용되는 구간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상속세 자녀 공제 금액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늘린다. 이에 따라 자녀가 두 명인 가구는 배우자 공제(5억원)와 별도로, 기초공제 2억원에 더해 자녀공제 10억원까지 총 12억원의 상속세가 공제된다.
결혼세액공제도 신설된다. 올해 1월 1일 이후 향후 3년간 혼인 신고한 신혼부부는 최대 100만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 각각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과세는 2년 유예하고,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 방침을 확정했다.
정부는 기회발전특구로 이전·창업한 자산 10조원 미만 기업은 한도 없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키로 했다. 고용 유지 등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주식이나 토지 등 사업용 자산을 물려주더라도 상속세를 내지 않게 되는 셈이다. 기업 투자 확대를 위해 투자 금액의 일부를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공제하는 통합투자세액공제율도 높인다.
통합고용세액공제 지원 대상과 공제 금액도 확대한다. 기업들은 주 15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와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해도 ‘탄력고용’으로 분류해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1년 이상 상시근로자에 대한 공제액도 기존 수도권 중소기업 기준 850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오른다.
개편이 예고됐던 종합부동산세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는 빠졌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종부세는) 실수요자나 다주택과 관련해 불합리한 측면이 남아있지만 근본적인 개편을 위해 보다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 감면을 대폭 확대함에 따라 내년 세수 여건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향후 5년간 세수가 올해 대비 18조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속세 자녀공제를 1000% 늘리고, 최고세율을 낮추면서 고자산·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게 됐다”며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서는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는 사회 양극화를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