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판매 업체에 대출한도 늘려준 은행…“매출 뻥튀기 일조”

남지원·윤지원·김지혜 기자

올 들어 출혈성 할인 잦아
양사 유동부채 ‘자산 5배’

SC은행, 대출 한도 3배로
판매자들 연체 규모 눈덩이
“부실 재무상태 확인 안 해”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배경에는 큐텐 계열 플랫폼들의 무리한 ‘매출 부풀리기’가 있었다는 판매자(셀러)들의 지적이 나왔다. SC제일은행이 재무 상태가 취약한 티몬 판매자들에게 대출한도를 늘려주며 매출 부풀리기에 일조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8일 티몬에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티몬과 위메프는 올해 4월 이후 대규모 할인행사를 자주 진행했다. 예를 들어 티몬은 매달 초 일주일간 ‘몬스터메가세일’을 진행했는데, 6월 행사 조건을 보면 15% 할인쿠폰에 카카오페이머니나 토스페이계좌로 결제할 경우 최대 10% 할인을 추가로 해줄 정도였다.

쿠폰을 뿌린 후 소비자들이 몰리자 쿠팡이나 G마켓 등 다른 플랫폼이 주력이었던 판매자들이 잇따라 티몬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최저가 검색사이트에서 특정 쇼핑몰이 최저가로 노출되면 다른 오픈마켓에서는 매출이 거의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 보니 우리뿐 아니라 상당수 업체는 매출 90% 이상이 티몬에서 잡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출혈을 감수한 할인행사로 이미 취약했던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태는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티몬은 2022년 기준 유동부채가 7193억원, 유동자산이 1309억원으로 당장 갚아야 할 돈이 쓸 돈보다 5배 많은 상태였다. 위메프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를 넘었다.

이런 상태에서 지난 8일 위메프가 업체 500여곳의 정산 일자를 늦췄고, 이 사태가 티몬으로 옮겨붙으며 두 플랫폼이 완전히 무너져내린 것이다.

금융권이 큐텐 계열사들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들여다보지 않고 선정산대출 한도를 늘려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티몬은 상품이 판매된 달 말일 기준 40일 뒤에, 위메프는 판매 두 달 뒤 7일에 거래대금을 정산한다. 2개월 이상 플랫폼에 돈이 묶이는 구조라 판매자들은 일반적으로 은행에서 정산대금을 담보로 선정산대출을 받아 상품 매입 등에 사용한다.

그런데 지난 3월부터 SC제일은행이 티몬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인 티몬월드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 선정산대출 한도를 월평균 매출의 1.5배에서 3배로 늘려주고 대출을 독려하며 매출이 급증했다고 판매자들은 설명했다. 대출한도가 늘어나면서 판매자들이 그만큼 물건을 많이 떼올 수 있게 돼 매출이 커졌고, 매출 증가에 따라 대출한도가 더 커지면서 한 업체는 대출한도가 4월 7억원에서 7월 30억원으로 대폭 늘어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정산대출은 정산일에 플랫폼으로부터 직접 상환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선정산대출을 받은 판매업체들은 모두 연체 상태가 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SC제일은행으로부터 ‘오는 30일 다른 은행에 연체 사실을 알리겠다’는 통보를 받은 상태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현재 피해 셀러에 대해 대출 연장, 장기대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29일 선정산대출을 취급하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과 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 등 정책은행 등과 함께 위메프·티몬 피해업체 대책 회의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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