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다 온라인 판매 많고
가전·디지털 등 고가 물품
정산 못 받아 한순간 빚폭탄
직원 무급휴가·폐업 수순
“다음달에 길거리 나앉을 판
큐텐서 정산금 수혈해줘야”
일요일인 지난 28일 오후, 평소라면 주말을 맞아 찾아온 쇼핑객들로 북적여야 할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 내 전자랜드 2층 매장은 지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이곳에 입점한 한 카메라·전자기기 업체는 직원도 손님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이 업체는 평소 주말이면 직원 7~8명이 출근해 손님들을 응대하는데, 티몬·위메프에서 수십억원을 정산받지 못하는 사태가 터지면서 직원들을 출근시키지 않은 상태다.
국내 최대 전자상가인 용산전자상가는 이번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직격탄을 가장 심각하게 맞은 곳이다. 용산에 있는 대부분의 디지털·가전 업체들은 현장판매보다 e커머스 플랫폼 판매를 주력으로 삼게 된 지 오래됐다. 특히 올해 초 티몬과 위메프가 쿠폰을 뿌리고 최저가 경쟁을 하면서 티몬·위메프 매출이 많게는 전체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늘어나 피해가 더 커졌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날 경향신문과 만난 업체 20여곳이 지난 5~7월 티몬과 위메프에서 올렸다고 밝힌 매출을 합친 금액만 해도 약 800억원에 이른다.
업체 관계자들은 “용산전자상가 전체가 초토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급여를 줄 돈이 없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준 업체도 있었고, 미수금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이미 폐업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디지털·가전, 게임기 등을 판매하는 A업체는 지난해 매출 480억원에 당기순이익 10억원을 올렸는데 이번 사태로 50억원의 미수금이 생겼다. 이 중 상당액은 금융권에서 받은 선정산대출이다. 받지도 못하는 돈이 한순간에 빚으로 쌓이게 된 셈이다. 은행권 선정산대출은 대표 개인이 연대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아 대표 개인도 책임을 져야 한다.
사태 후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는 업체 관계자들은 “사업주는 신용불량자, 직원들은 실업자가 될 처지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A업체 대표는 “이대로라면 다음달에 직원들을 정리해고한 뒤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 회사에서 10년, 8년씩 근무한 직원들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B업체 대표는 “다음달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사람만 2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일부 판매자들 사이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내부거래를 이용해 미정산 금액 규모를 축소 보고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가전·디지털 판매자들 중 상당수는 티몬이 만든 ‘티몬월드’라는 플랫폼에 상품을 등록하고 이를 위메프와 티몬에서 판매한다. 위메프와 티몬에서 물건이 팔리면 티몬월드에서 정산금을 입금받는 구조다. 위메프와 티몬이 티몬월드에는 대금을 지급해 정산이 이뤄진 것처럼 하고, 티몬월드가 판매자들에게 정산금을 주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판매자들은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사라진 티몬·위메프 매출액의 행방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A업체 대표는 “정부가 유동성 지원을 해준다지만 채권자만 바뀔 뿐이라 급한 불을 끄는 것 외에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에서 돈을 찾아 정산금의 70~80%라도 넣어줘야 다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