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거리 헤매던 90대 국가유공자 구한 ‘천사 집배원’

노도현 기자

경남 산청 단성우체국 정세영씨

진주역 인근 방황하는 노인 발견

주소 찾아 가족과 연락해 인계

국민신문고 통해 미담 알려져

경남 산청 단성우체국 정세영 집배원. 우정사업본부 제공

경남 산청 단성우체국 정세영 집배원. 우정사업본부 제공

경남 산청의 한 우체국 집배원이 한밤중 거리를 헤매던 90대 노인을 가족 품으로 인계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6일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산청우체국 소속 단성우체국에서 일하는 정세영 집배원은 지난 6월12일 밤 진주역 인근에서 가족과 산책을 하던 중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방황하는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등산복 차림에 국가유공자 모자를 갖춰 쓰고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국가유공자 제복 배송’을 하며 국가유공자에 대한 관심과 존경심이 높았던 정 집배원은 이상함을 눈치챘다.

정 집배원은 노인에게 집 주소를 묻고 “핸드폰을 주시면 제가 가족과 연락해보겠다”며 말을 건넸다. 이후 노인을 카페로 모신 뒤 가족이 올 때까지 보살폈다.

정 집배원의 도움을 받은 노인은 6·25전쟁과 베트남전에 해병으로 참전한 90대 국가유공자 이창수 옹이었다. 지난 2일 이 옹의 딸 이정실씨는 국민신문고에 ‘칭찬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의 칭찬 민원을 올렸다.

서울에 사는 이 옹은 경남 사천에 있는 딸의 집에 방문한 뒤 이 지역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돌연 사라졌다고 한다. 이 옹에게 치매증세가 처음 나타나던 시기였다. 이 옹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서울에 가야 한다”며 곧장 택시를 탄 것으로 파악됐다. 진주역에서 행인들에게 “나 좀 도와달라, 경찰서에 데려다 달라”고 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하고 2시간가량 배회했다.

이씨는 “진주역 앞은 아직 개발 초기라 어두컴컴한 곳이다. 아버지가 거리를 헤매다가 탈진해 쓰러져도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집배원은 천사처럼 한 사람을 위험에서 구해냈다. 이런 청년이 있어 세상은 아직 살만한가 보다”라고 말했다.

정 집배원은 “부사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평소 군인에 관심이 높았는데, 국가유공자 모자가 눈에 띄었다”며 “가족을 꼭 찾아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그런 상황이면 노인을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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