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수 부진과 함께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의 생산이 정체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수출과 내수의 격차만 언급해오던 것에서 나아가 반도체와 나머지 산업 간의 온도 차이를 강조했다. 특히, 건설경기 부진으로 건설업 고용도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7일 발표한 ‘경제동향’ 8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됐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반도체 경기가 생산과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의 생산은 다소 정체됐고, 소매판매액과 투자가 감소하는 등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6월 자동차(-4.1%), 전기장비(-18.7%) 등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 생산은 전년 대비 1.6% 감소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반도체(26.9%)의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광공업 생산이 3.8%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내수와 관련해서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정부가 석 달째 내수가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KDI는 상품 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 소비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6월 소매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했다. 승용차 소비가 전년 동월 대비 21.4% 줄고, 의복(-4.6%), 음식료품(-2.8%) 등을 중심으로 소비 감소세가 이어졌다.
서비스업 생산은 도소매업(-3.7%), 숙박·음식점업(-1.2%) 등의 부진으로 1년 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면세점 소매판매액이 전년 대비 10.3% 증가하는 등 해외소비만 상승세를 유지했다.
2022년 말 이후 누적된 건설 수주의 부진이 반영되면서 건설투자도 위축됐다. 골조 공사 등 초중반기 공정에 사용되는 레미콘의 출하량이 큰 폭으로 감소(-24.3%)하며 향후 공사 물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KDI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6월 건설업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6만6000명 줄어드는 등 고용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KDI는 설비투자도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경기가 미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내수 기업의 업황 전망이 하락하고, 내수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개인사업자의 연체율도 상승했다.
KDI는 대외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