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조원을 넘겼다. 다만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이 재무제표에 선반영되며 영업손익은 8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쿠팡Inc가 7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2분기 매출은 73억2300만달러(약 10조357억원)로 전년 같은 기간(58억3788만달러)과 비교해 30% 늘어났고, 처음으로 분기 기준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1분기(9조4505억원)에 이어 또다시 최고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올해 연매출 40조원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반면 영업손익은 342억원 적자를 기록해 2022년 3분기 첫 흑자를 낸 후 8개 분기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이는 쿠팡이 공정위가 부과할 과징금 추정치 1억2100만달러(약 1630억원)를 2분기 판매관리비 부문에 선반영한 결과다.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사건이 발생·공표된 시점의 비용을 실적에 먼저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쿠팡은 설명했다. 공정위는 앞서 쿠팡이 자사브랜드(PB)상품 등을 우대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점을 문제삼아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 인수한 명품·패션 플랫폼 파페치의 영업손실 3100만달러(424억원)도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공정위 과징금 추정치와 파페치 손실을 제외한다면 이번 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억2400만달러(1699억원)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회원 월회비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하반기 실적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4월 신규 회원들의 월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1% 인상했고 이날부터는 기존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월회비 인상을 시작한다. 회비가 큰 폭으로 오르는 만큼 유료회원에서 이탈하는 고객 규모가 3분기 이후 실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회비 인상으로 일부 고객이 이탈하더라도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번 인상으로 기존 고객 중 20%가 멤버십을 해지한다 하더라도 쿠팡의 연간 회비 수익은 2200억원 늘어난다. 요금 인상을 발표한 4월 이후에도 쿠팡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다는 점, 이전 인상 때도 회원 이탈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이탈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쿠팡에 따르면 2분기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활성고객 수는 217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940만명)보다 12% 늘어났고, 1인당 고객 매출도 309달러(42만3400원)로 5% 늘었다.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를 의식한 듯 쿠팡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쿠팡의 2분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5억3600만달러(7조5867억원)로 지난해 말(52억4300만달러)보다 2억9300만달러 늘었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비즈니스의 성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매출 총이익이 2분기에 40% 이상 성장했고 이익률도 29.3%로 기록적인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