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용적률 30% 완화, 사업 기간 3년 단축···실효성은 미지수

박상영 기자    심윤지 기자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추진

일시적 용적률 상향, 사업기간 단축

공사비 인상 여전한데 실효성 의문

지난 1월 10일 서울 시내의 한 노후 아파트 앞에 재건축 사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태형 기자

지난 1월 10일 서울 시내의 한 노후 아파트 앞에 재건축 사업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조태형 기자

정부가 서울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의 절차를 줄이고 규제를 완화한다. 용적률을 일시적으로 완화해 사업성을 늘리고, 재건축 1주택 원조합원의 취득세를 감면하는 제도를 추진한다. 주택연금을 활용한 조합원 분담금 납부도 허용한다. 그러나 공사비는 여전히 높고 분담금 자체가 낮아지는 것은 아닌 만큼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8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중 재건축·재개발에 관한 대책은 속도와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이 약 3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약 37만 가구다.

정부는 우선, 특례법 제정안을 발의해 용적률을 역세권 정비 사업의 경우 360%에서 390%로, 일반 정비 사업은 300%에서 330%로 각각 높일 방침이다. 다만,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은 제외된다.

재건축·재개발 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공급 의무도 폐지했다. 지금까지는 재개발은 85㎡ 이하 주택을 80% 이상,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은 60% 이상 공급해야 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물 높이 제한과 공원녹지 확보 기준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공동주택 간 거리를 법적 최소 기준까지 허용하고, 공원을 확보해야 하는 부지 면적 최소 기준도 5만㎡에서 10만㎡로 높였다.

용적률 완화에 따라 의무 공급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도 지역에 따라 차등적으로 완화된다. 국토부는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하면 일반분양을 늘려 조합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지방자치단체의 임대주택 인수가격도 현행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 건축비의 80%로 1.4배 상향한다. 조합은 완화된 용적률의 50%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지은 뒤 지자체나 공기업에 매각해야 하는 만큼 수익률은 올라갈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단계별 계획을 간소화해 정비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내용도 담겼다. 기본계획과 정비계획, 사업 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수립할 수 있도록 허용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정비 계획을 수립할 때 분담금 추산 등에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을 고려해 먼저 대표 유형 분담금만 산정한 뒤, 조합 설립 시에 세대별로 산정하도록 했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요건도 완화하고, 관계 기관 간에 의견이 달라 절차가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자체 합동 조정회의’도 신설한다.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재건축 조합과 1주택 원조합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을 추진한다. 비규제지역의 분양가 12억원 이하의 경우 지자체가 조례로 최대 40% 범위에서 취득세를 감면해줄 수 있도록 했다. 정비 사업 분담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주택연금 개별 인출 한도를 50%에서 70%로 확대한다. 재건축 부담금은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상목(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우(왼쪽 첫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부동산 관계 부처 관계자들이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우 장관, 최 부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최상목(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상우(왼쪽 첫 번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부동산 관계 부처 관계자들이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우 장관, 최 부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지역 정비 사업이 늦어진 데는 공사비와 금리 인상으로 사업성이 악화된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 지원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초기자금 지원과 공적보증 강화 등은 결국 개별 조합원이 감당해야 하는 대출”이라며 “이것만으로 정비사업 시장이 크게 탄력받기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택연금 개별 인출 목적에 분담금 납부를 포함하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를 미리 주택연금으로 확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활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최근의 서울 집값 상승세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은 오히려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대규모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재건축 재개발 문턱을 낮추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대책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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