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공인 퇴출’ CJ 내부 문건 보니···근태 압박, 친인척 채용도 약속

박상영 기자
‘중소상공인 퇴출’ CJ 내부 문건 보니···근태 압박, 친인척 채용도 약속

계열사에 인력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2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은 CJ프레시웨이가 중소상공인을 몰아내고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CJ그룹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중소상공인을 퇴출하기 위해 근무태도를 문제 삼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친인척 채용을 약속해 지분을 넘기도록 압박하는 방안도 계획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문건대로 실제 실행으로 이어졌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중소상공인 주주 퇴출 작업은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14일 공정위가 확보한 CJ그룹의 내부 자료를 보면, CJ프레시웨이는 중소상공인으로부터 프레시원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주주 반발을 고려해 단계별 대응 방안을 작성했다.

회사 측은 중소상공인 퇴출 과정에서 언론이 ‘상생 이슈’를 제기할 것을 대비해 중소상공인의 개인 비위 사실을 파악하는 등 세부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관 변경에 반대하거나 중소상공인 주주가 소를 제기할 것을 대비해 법적 근거 확보 등 유형별로 협상 카드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CJ프레시웨이는 기존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았던 중소상공인 위주의 지역 식자재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소상공인들과 ‘명목상 상생’을 표방하며 합작법인 형태로 프레시원을 설립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CJ프레시웨이는 중소상공인들로부터 프레시원 지분을 차례대로 매입해 지분 100%를 보유한 단독 주주로 올라섰다.

CJ프레시웨이는 프레시원 지분 취득을 위한 구체적인 주주별 협상안도 마련했다. 먼저 중소상공인 주주에게 잔여 지분을 프레시원에 매각하도록 요구한 뒤, 이에 응하지 않으면 과도한 부실 등을 이유로 경영책임을 요구했다. 이마저도 통하지 않으면 약정 매출 미준수 책임을 강조하며 계약 이행 미흡으로 지분 매각을 압박했다. 이같은 협상 카드가 모두 무산되면 주주총회를 열고 강제 퇴임을 종용하도록 계획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분을 넘기지 않는 중소상공인 근무태도 등을 내세워 압박해야 한다는 협상 전략도 제시했다. 이같은 협상 카드가 통하지 않으면 중소상공인의 친인척을 일정 기간 CJ에 고용하겠다는 ‘당근책’도 약속했다.

이같은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CJ프레시웨이는 필드팀과 백업팀으로 나눠 협상팀을 운영하는 방안을 계획했다. 프레시원 법인장 8명과 프레시웨이 4명 등 총 12명으로 꾸려진 필드팀은 주주 특성에 따라 협상을, 지주사인 CJ㈜ 등 8명이 참여하는 백업팀은 사전 리스크 검토와 대응 시나리오 작성을 권고했다. 특히 CJ㈜ 감사팀과 법무실, 전략지원팀이 각각 이슈별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용의주도한 협상 전략을 통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아 지분 매각 의사가 없었던 강남 지역 중소상공인도 결국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정위는 이같은 대응 방안이 실행됐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CJ프레시웨이가 문건대로 퇴출 작업을 진행했는지 여부는 공정거래법 영역 밖인 만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CJ그룹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퇴출 작업이 이뤄져 결과적으로 모든 주주들을 퇴출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문건이 작성된 2014년은 프레시웨이가 지분 51%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 시점”이라며 “시점이나 내용상 100% 지분 인수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보고서는 기획안에 불과하며 이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당연히 그룹 지원이나 관여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에도 CJ 내부에서 ‘주주정리’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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