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국민들 지갑···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 1.4% 감소

임지선 기자

올해 2분기 한국민의 실질 소득이 1분기보다 1.4%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로 2년9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국내총생산(GDP)도 1분기에 비해 0.2% 뒷걸음쳤다. 수출은 늘었지만 민간소비가 여전히 부진했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2분기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실질 구매력 하락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올해 1분기보다 1.4% 감소한 55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발표했다. 이는 2021년 3분기(-1.1%) 이후 2년9개월 만에 가장 크게 감소한 수치다. 실질 GN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지난해 2분기(-0.9%) 이후 1년만이다.

실질 GNI는 우리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은은 2분기 교역 조건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실질무역손실이 전 분기 11조3000억원에서 2분기 16조6000억원까지 확대됐다.

강창구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 반도체 등의 수출로 많이 벌어들였으나 이보다 수입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더 많이 올라 실질 무역 손실이 커졌다”면서 “2분기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량이 늘면서 현금 배당이 늘어난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질 GNI는 1년 전과 비교하면 3.4% 증가했다. 추세적으로는 상승세이지만 올해 2분기 특성상 올초보다는 구매여력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국민 경제 전체의 물가 수준을 의미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2분기 4.8%(전년 동기 대비) 상승했다. 2002년 4분기(4.8% 상승) 이후 21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이는 내수 물가 수준의 영향이 아니라 반도체 가격 등 수출품의 물가 수준이 높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장은 “내수 물가는 2% 초중반으로 크게 높은 수준이 아니지만 반도체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라 교역 조건을 높이고, 전체 GDP 디플레이터를 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내수 디플레이터만 보면, 2022년 3분기 2.5%, 4분기 2.2%, 올해 1분기 2.4%, 2분기 2.3%로 큰 변동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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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총소득 증감율

2분기 GDP -0.2% 역성장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은 1분기 대비 -0.2%로 집계됐다. 앞서 발표한 속보치와 동일한 수치로, 분기 기준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속보치와 비교하면 설비투자(0.9%포인트), 수출(0.3%포인트), 수입(0.4%포인트) 등이 상향 조정되고 건설투자(-0.7%포인트), 정부소비(-0.1%포인트) 등이 하향 조정됐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자동차·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2% 증가했다. 하지만 원유·천연가스·석유제품 등의 수입이 1.6% 늘어 수출을 크게 넘어섰다. 정부 소비도 0.6% 늘었다.

반대로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 등 재화 소비가 부진해 0.2% 줄었고, 설비투자도 반도체 제조용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1.2% 축소됐다. 1분기에 3.3% 증가해 ‘깜짝 성장’을 주도한 건설투자도 2분기 들어 1.7% 감소했다.

2분기 성장률 기여도를 따질 때, 건설투자(-0.3%포인트)와 설비투자(-0.1%포인트), 민간소비(-0.1%포인트)는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해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데 역할을 했다. 1분기 성장률 기여도가 0.8%포인트였던 순수출도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늘면서 2분기에는 성장률을 0.1%포인트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경제주체별 기여도를 보면,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전 분기 대비 1.4%포인트 낮아졌다. 정부 기여도는 같은 기간 0.1%포인트에서 0.0%포인트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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