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5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잇따라 저격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중국 업체들은 높아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조지 자오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IFA 전시장에서 폴더블폰 매직V3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했다. 지난 7월 중국에서 매직V3를 먼저 출시한 아너는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두께를 저격하는 광고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아너의 발표 장소에도 준비된 좌석이 부족해 사람들이 서서 발표를 지켜볼 정도였다.
무대에 선 자오 CEO는 지난해 아너가 출시한 매직V2의 옆모습과 함께 9.9㎜라는 폰의 두께를 화면에 띄웠다. 이어 지난해 7월 출시된 삼성 갤럭시 Z폴드5의 두께를 의미하는 13.4㎜라는 숫자가 등장하더니 지난 7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6의 옆모습과 함께 12.1㎜ 숫자가 보여졌다. 그리고 나타난 아너의 최신 폴더블폰 매직V3. 옆모습과 함께 9.2㎜라는 숫자가 화면 중앙에 띄워졌다. 지금까지 출시된 폴더블폰 중 두께가 가장 얇다.
매직V2 두께는 접힌 상태 9.9mm, 펼친 상태 4.7mm였지만, 매직V3는 각각 9.2mm, 4.35mm로 더 얇아졌다. 매직V2도 삼성 최신 폴더블폰보다 얇은데, 더욱 두께를 얇게 만들었다고 자랑한 것이다. 이어지는 제품 설명에서도 매직V3는 만 번을 접었을 때 화면 중앙의 자국이 78μm(마이크로미터)인데 삼성은 217μm이라며 제품의 내구성도 강조했다.
애플은 바 형태인 아이폰 15프로맥스가 폴더블폰인 매직V3와 별 차이가 없다고 깎아내려졌다. 아이폰 15프로맥스는 두께 8.25㎜·무게 221g·배터리 용량 4422mAh인데, 매직V3는 두께 9.2㎜·무게 226g에 배터리 용량은 5150mAh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아너의 제품 소개는 기기의 두께 등 스펙의 우월성에 방점이 찍혔다. 삼성전자나 애플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통한 사용자 경험을 앞세우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날 아너가 공개한 AI 기술은 구글클라우드와 협업을 통해 구현했다고 밝혔는데, 갤럭시 AI를 통해 눈에 익은 기능이 많았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만만찮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폴더블폰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아너는 올 2분기 서유럽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는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 35% 차지해 2개 분기 연속 1위 자리에 올랐다. 화웨이는 애플이 아이폰 16 시리즈를 공개하는 다음날인 10일 두 번 접히는 트리폴드폰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IFA에서도 중국 기업의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하이센스, TCL, 하이얼, 메이디, 아너를 포함한 1300여개의 중국 업체가 참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참가국 중 최대 규모다. 전시관인 베를린 메세 전면에는 주요 스폰서인 TCL의 거대한 현수막이 걸렸고, 출입증에도 TCL의 로고가 박혔다. 중국 주요업체들은 글로벌 가전사들 못지않은 규모의 전시관을 차리고 관람객 맞이에 나섰다.
앞서 IFA에 참가한 중국 업체는 2019년 이전 연평균 700∼800개에서 2022년 코로나19 여파로 200여곳에 그쳤지만, 지난해 1200개를 넘겼다. 중국과 더불어 미국이 최대 소비 시장이긴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 심화로 상황이 어려워지자 유럽으로 눈을 돌려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