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들은 정산자금 100%를 별도로 보관할 의무를 지고, 건전성 문제가 생기면 등록취소 등 제재도 받게 된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개선안인데, 정작 티메프 등 e커머스는 PG업에서 제외돼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만 받게 된다. 내부 정산 업무의 특성이 산업별로 달라 PG업으로 일괄 규제할 시 백화점, 프랜차이즈 등 타 업종에서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이같은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방향을 밝혔다. 금융당국은 PG사에 미정산자금 전액(100%)를 예치, 신탁, 지급보증보헙 가입을 통해 별도관리 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별도관리 방식은 계약 체결시 판매자에게 고시하고 회사 홈페이지에도 공시해야 한다. 별도관리하는 자산은 양도·담보 제공, 제3자의 압류·상계가 금지된다. PG사가 파산해도 정산자금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우선변제권이 도입된다.
PG사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감독 장치도 마련된다. 현재는 경영지도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PG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2차 PG’인 티몬·위메프가 경영지도기준 미달로 금융감독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도 문제를 시정하지 않은 이유다. 앞으로는 금융당국이 PG사가 경영지도 기준이나 별도관리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시정요구·영업정지·등록취소 등 단계적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PG사의 거래규모에 비례해 자본금 규모도 상향된다.
입점 업체에 대한 정산 업무를 맡는다는 이유로 ‘2차 PG’로 분류되어 온 티몬·위메프 등 e커머스는 앞으로 PG업에서 제외된다. 현행법은 e커머스뿐 아니라 백화점, 프랜차이즈, 인력 공급업자, 여객터미널사업자 등이 입점 업체 등에 수행하는 모든 정산 업무를 PG업에 포함시키고 있어, 애꿎은 업계에 대한 과잉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는 법 개정을 통해 PG업의 범위에서 이같은 ‘내부 정산’을 제외하고 KG이니시스, 토스페이먼츠 등 결제대행사만 남기기로 했다. 각 업계에서 발생하는 내부 정산 문제는 금융당국의 일괄 규제 대신 각 산업별 규제를 도입해 관리하자는 취지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전자금융법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업체들에게도 적용될 여지가 있어, 티메프 사태 이후 유통업계의 경영상 부담을 낳았다”며 “과잉규제를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네이버, 쿠팡, 마켓컬리 등 다수의 대규모 e커머스는 내부 정산을 이미 별도 분사한 PG사에 맡기고 있어 이들 회사들은 대규모유통업법과 함께 금융당국 규제도 받게 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 쿠팡페이, 컬리페이 등 자체 PG사를 둔 e커머스 업계 비중이 이미 높다”면서 “다수의 e커머스 정산 업무는 금융당국이 계속 관리·감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