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이 2022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미정산 금액 보호를 위해 200억원을 ‘별도 예치’할 것을 요구받고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금감원은 티몬으로부터 200억원을 제3의 특수계좌(에스크로 계좌)가 아닌 자사 계좌에 관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1년 넘게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티메프(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 발생 직전까지 이 돈이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지도 확인하지 못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공개한 금감원의 ‘2024년 3월 말 티몬·위메프 경영개선협약 이행 점검 결과’ 자료 등을 보면, 금감원은 2022년 티몬에 새로 투자받은 350억원 중 200억원을 미정산 잔액 보호를 위해 별도 예치했다는 확약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대금 미정산으로 소비자나 입점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미정산 금액 일부를 에스크로 계좌 등에 맡기라는 뜻이다. 에스크로 계좌는 안전 결제를 위해 은행 등 제3자에게 결제대금을 예치하는 특수계좌다. 티몬의 2022년 말 미정산 대금은 5973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티몬은 ‘200억원을 별도로 예치하겠다’는 약속을 지난 5월까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티몬이 지난해 4월6일과 지난 5월30일 각각 금감원에 제출한 ‘미정산 잔액 보호 관련 확약서’를 보면, 티몬은 예금주가 ‘주식회사 티몬’인 은행 일반계좌에 “200억원을 별도로 보호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티몬은 “회사의 운영자금 계좌와 분리한 별도계좌”라고 설명했다. 자사 계좌에 돈을 예치해놓고 ‘미정산 잔액을 보호하고 있다’고 금감원에 보고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금감원은 200억원이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2024년 4월 예치금 점검 결과 200억원을 법인 운영 계좌에서 관리 중인 것으로 확인되는 등 예치금이 지속적으로 별도 관리되고 있는지 여부가 불분명해 추가 확약서를 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현행법상 경영지도기준 미준수 제재 근거가 없다”며 티몬에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 파산 시 가맹점·이용자 피해가 우려되므로 보증보험 가입 등을 의무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금융위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티메프 사태 직전까지 미정산 잔액 보호를 위한 200억원의 별도 관리 여부가 확인이 안 된다고 인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해당 200억원이 제대로 관리됐다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별도 예치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확약서만 받고 티몬을 믿은 것은 금감원의 분명한 책임 방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