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최근 유럽 첨단산업의 거점으로 부상한 중·동유럽 국가 모임인 비셰그라드 4개국(V4)과 첨단산업 및 공급망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무협)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럽 진출의 거점, 비셰그라드 4개국 수출 유망품목’ 보고서를 발간했다.
V4는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4개국이 1991년 설립한 협의체다. 이들 국가는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을 통해 유럽 제조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한국은 1993년 V4 국가들과 모두 국교 수립을 완료했다.
유럽 중·동부 지역의 물류 중심지에 있는 V4는 낮은 법인세와 양질의 노동력 등을 기반으로 자동차, 배터리, 가전 분야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빠르게 산업화를 달성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V4 국가들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육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현지 수입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과 V4 국가의 교역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V4와의 교역 규모는 총 261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과 교역이 확대되면서 V4로 수출하는 국내 기업 수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V4 국가로 수출 중인 국내 기업은 5871개사로 2019년(5018개사) 대비 약 17% 증가했다.
최근에는 한국과 V4 국가 간 경제협력이 자동차부품 등 상품무역을 넘어 원전 건설, 방산 협력,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 등 미래 첨단산업 분야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V4 국가의 산업 재편에 따라 한국의 21개 핵심 산업 가운데 특히 7개 산업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 수출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7개 산업 분야는 전기차, 로봇, 에너지 신산업, 바이오·헬스, 항공우주, 차세대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이다.
특히 7대 핵심 산업의 세부 유망 수출 품목 26개 가운데 산업용 용접기기 로봇, 초음파 영상 진단기, 배터리 절연재, 항공기용 열교환기 등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과 수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지상 무협 공급망분석팀장은 “한국과 V4 국가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협력을 넘어 원전, 무기체계 공동 개발, 공급망 안정화, 지역 안보 등 포괄적인 영역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관계가 격상되고 있다”며 “한국이 V4 국가와의 경제협력 및 교역구조를 고도화하고, 포괄적 경제협력 기반의 통상 협력을 전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