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날, 미국 금리 방향이 2년 반 만에 바뀐다

임지선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때가 왔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오는 18일(현지시간·한국시간 19일 오전 3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이미 “정책 조정의 시간이 왔다”면서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0.25%포인트 인하냐 0.5%포인트 인하냐’ 두 갈림길 앞에서 서 있다. 어느 방향이든 2022년 3월 시작된 금리 인상은 2년6개월여만에 종료된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공격적으로 단행됐다. 2022년 당시 미국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3월 소비자물가(CPI)는 1981년 이후 가장 높은 8.5%를 기록할 정도였다.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2022년 3월 0.00~0.2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2023년 7월 5.0~5.50%까지 올랐다. 23년만에 가장 높은 금리 수준인 동시에 1년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기준금리를 5%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말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연설에서 물가를 잡았다고 확신에 찬 발언을 했다. 그는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며 “인플레이션은 크게 감소했고,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지속 가능한 경로에 있다는 확신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금리인하도 기정사실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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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0.25%포인트(베이비 컷) 인하냐 0.5%포인트(빅 컷) 인하냐로 모아진다.

7~8월 미국 고용시장이 부진하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시장에선 경기 침체설이 흘러나왔다. 미국의 3개월 이동평균 기준 취업자수는 6월 14만7000명, 7월 14만1000명, 8월 11만6000명 둔화되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금융시장에선 빠르게 금리를 인하해 경기 냉각을 막아야 한다는 맥락으로 ‘빅 컷’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물가 지표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고 전월대비 0.2%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가 둔화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번 FOMC에서 점진적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론 여전히 ‘빅 컷’ 불씨가 사라진 건 아니다. 당장 9월이 아니어도 올해 남은 두 번의 FOMC에서 적어도 한 번은 ‘빅 컷’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제반 경제지표 흐름을 고려할 때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침체 리스크의 선제적 방어차원도 있지만 물가 둔화 기조로 더 이상 제약적 수준의 현 금리수준을 유지할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측면에서 9월 FOMC회의에서 빅 컷을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초 이후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주식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하 신호를 애타게 기다려왔다. 미국 물가지수가 높게 나오면 금리 인하가 멀어졌다며 실망했고, 물가가 조금이라도 낮아지는 추세가 보이면 금리 인하가 가까워졌다며 환호했다. 그렇다면, 금리인하는 긍정적인 신호일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물가가 잡혀 금리를 내리는 것이라면 몰라도, 현 상황이 경기 침체 전조라는 점에서 금리인하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준이 ‘빅 컷’을 단행할 경우 그만큼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을 수단으로 인식돼 주식시장에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0.25%포인트를 낮추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0.5%포인트를 낮추면 연준이 경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다고 해석이 돼 주식시장이 나쁘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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