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 남성 전문가들보다 대중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남
*미국 최고 대학의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 데이터를 활용하여 일반 대중 3,0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실시함
*여성 전문가의 의견을 본 응답자들이 그 의견에 동의할 확률이 남성 전문가의 경우보다 1.1%포인트 높았으며, 이는 여성 전문가 의견의 설득력이 약 20% 더 높음을 의미함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 ‘자격 증명 효과’와 ‘신중함에 대한 신뢰’ 두 가지 가능성 제시됨
*65세 이상 고령층과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남성 전문가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짐
*연구 결과는 경제학계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전문가 집단 내 다양성의 중요성을 재확인함
여성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 남성 전문가들보다 대중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여성 전문가들이 남성 전문가보다 신뢰성이 낮다며 공적 영역에서 종종 겪는 차별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경제학계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30일 독일 노동경제연구소(IZA)의 ‘여성이 권위격차에 직면했다? 경제학의 증거’ 보고서를 보면 여성 전문가의 의견을 본 응답자들이 그 의견에 동의할 확률이 남성 전문가의 의견을 본 응답자들보다 1.1%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 전문가 의견의 설득력이 남성 전문가보다 약 20%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여성 전문가가 현저하게 적은 성별 불균형 문제가 지적돼 왔다. 특히 미디어에 출연하는 경제전문가 중 여성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았다. 또 여성경제학자들은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데도 소극적으로 보였다.
남성우위 경제학에 대해서는 ‘권위격차’가 의심돼 왔다. ‘권위격차’란 전문성이나 능력과 무관하게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신뢰도나 영향의 차이를 의미한다. 경제학 부분에서 여성 전문가의 권위와 신뢰성이 남성에 비해 낮다보니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권위격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여성의 신뢰도가 더 높은 이유는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가 나온데 대해 ‘자격 증명 효과’가 적용됐을 수 있다고 봤다. 여성들이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 대학의 교수직에 오른 여성들은 ‘초우량’ 전문가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신중함에 대한 신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의견 표명에 더 신중하다는 인식이 있어, 의견을 제시한 여성 전문가의 말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이러한 ‘여성 우위’ 현상이 모든 집단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보수정당인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남성 전문가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이는 보수적 성향의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시카고 대학교 켄트 클라크 센터의 경제학자 전문가 패널(EEP) 데이터를 활용했다. EEP는 버클리, 시카고, 하버드, MIT, 프린스턴, 스탠퍼드, 예일 등 미국 최고 대학의 저명한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패널로, 이들은 정기적으로 시사 경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이 중 10개의 주제를 선정하고, 각 주제에 대해 동일한 의견을 제시한 남녀 경제학자 쌍을 구성했다. 그리고 3027명의 미국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는 “이 연구 결과는 경제학계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단순히 형평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 측면에서도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여성 경제학자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된다면, 경제 정책에 대한 대중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고 밝혔다. 여성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고 해서, 이것이 여성 차별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여성들이 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 더 높은 장벽을 넘어야 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이 연구가 미국의 상황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평등 의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에서는 여성 전문가의 의견이 덜 신뢰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 우위로 해석해서는 안돼
보고서는 이번 연구결과와 관련 “미디어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 경제 전문가들의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독려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단순히 성비 균형을 맞추는 차원을 넘어, 대중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학계와 기업에서는 여성 인재들이 전문성을 개발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여성들이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문성과 권위가 특정 성별과 연관되어 있다는 고정관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그러한 고정관념이 실제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여성 전문가들의 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여성들이 전문가로 인정받기까지 겪어야 했을 어려움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는 만큼 이 연구 결과를 단순히 ‘여성 우위’로 해석하기보다는, 더 포용적이고 다양성 있는 전문가 집단을 구성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