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찾아 타운홀 미팅 “정책 공조 중요한 시기”
최상목 부총리 “역사적 사건···긴밀한 협력 파트너”
이창용 “서울 집값 잡아야” vs. 최상목 “특정 집값 잡는게 정부 목표 아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역대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기획재정부를 방문했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의식해 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온 중앙은행의 수장이 재정당국을 직접 방문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오는 11일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정부·여당에서 인하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 관심이 집중됐다. 양측은 정책 공조와 협력을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경제, 고르디우스의 매듭 풀기 : 지속가능 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을 주제로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 총재의 기재부 방문은 올 초 최 부총리가 한은을 방문한 데 대한 답방이다. 과거 한은 총재들은 정부 인사들과의 공개 접촉을 꺼려왔으나 이 총재는 공개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 총재는 타운홀 미팅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과거 한은과 기재부간 교류가 적었던 관행은 이유가 있겠지만, 현재의 경제 상황은 두 기관이 거시경제 정책을 하는 양측으로서 정보 교류와 정책 공조가 굉장히 필요하다”며 “시대적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 생각하고, 독립성 강한 외국 중앙은행에서도 당연히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2%대로 안정세를 보이는 물가와 관련해 기재부를 치켜세웠다. 그는 “물가를 빠른 속도로 안정시킨 데에는 재정 정책을 건전하게 유지해온 기재부의 노력이 있었다”며 “이런 정책 공조가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고 앞으로도 계속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부총리도 “한은 총재가 (기재부를) 방문한 것은 첫 번째로 역사적 사건”이라며 “한은과 기재부 관계는 당연히 독립적이지만 아주 긴밀한 협력 파트너로서 명실상부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앞두고 금리 방향에 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답변을 피했다. 최 부총리는 “(한은의) 고유영역”이라 했고, 이 총재는 “오늘은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정책 효과 등을 묻자 “정부의 정책이 주는 효과를 판단하는 것에 대해 아직 금통위원들과 상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부와 한은 직원 150여명이 참석한 타운홀 미팅에서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구조개혁과 관련해 대체로 비슷한 인식을 보였지만 부동산 문제에서는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소득 재분배와 사회 이동성 주제에서 이 총재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이 첫걸음”이라며 “이를 막아주지 않으면 소득 면에서 아무리 개선해도 자산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그러나 “정부의 주택정책 목표는 특정 지역의 집값을 잡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책 자체는 국민들의 주거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은 이날 기재부가 경제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좋은 정책을 만들기 바란다는 의미로 기재부 도서관에 ‘회전책장’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