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통배추·포장김치 ‘품절’…가을배추 작황도 장담 어려워
김장철 절임배추 물량 확보 나선 마트 3사, 산지 상황에 촉각 곤두
추석 이후 급등한 배추값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배추와 포기김치 품귀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절임배추 예약판매를 시작한 대형마트는 이달 말부터 출하가 시작될 가을배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1일 서울 시내 주요 대형마트들의 포장김치 코너에서는 통배추로 담근 포기김치 제품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포기김치 진열대에 배추 일부분만을 사용한 썬 배추김치·맛김치나 열무김치·총각김치 등 대체품만 남아있는 경우도 많았다. 포장김치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포기김치를 담글 만큼 질 좋은 배추 수급이 어려워졌다. 배추값 강세에 따라 포장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3사 온라인몰과 종가, 비비고 등 김치 제조업체 쇼핑몰에서도 포기김치는 대부분 품절 상태였다.
배추 원물도 동이 났다. 이날 낮 12시쯤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대형마트 채소 진열대에는 ‘1인당 3통’ 구매 제한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이미 배추가 2포기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마트 개장 2시간 만에 배추가 다 팔려나간 셈이다.
한 칼국숫집 사장은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산 배추로 직접 담근 겉절이김치를 쓰는데 칼국수 50그릇을 팔면 김치값만 10만원이 들게 생겼다”며 “10월까지만 업소용 김치를 주문해 쓸 생각”이라고 썼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배추 1포기 가격은 9662원으로 지난해보다 56%, 평년 대비 34%나 높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가을철 배추값은 추석 즈음 가장 비싸졌다가 김장용 가을배추가 출하되는 10월 말 이후로 점점 떨어지는 유형을 보인다. 폭우와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배추 대란’이 벌어졌던 2022년에도 9월까지 포기당 1만원에 육박했던 배추 소매가격이 11월 말에는 3000원 아래로 떨어진 전례가 있다.
하지만 폭염 기간이 유례없이 길었던 올해는 가을배추 작황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9월 중순까지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졌다. 이상고온으로 밭에 심은 배추 모종이 녹아버리는 등 피해 농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정식 규모를 바탕으로 추정한 가을배추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마트들은 김장철 절임배추 물량을 예정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산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6일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해남·평창·괴산·영월 등에서 수급한 김장용 절임배추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사전예약 후 11월8일부터 12월21일 사이 수령 희망 날짜를 정하는 방식이다.
롯데마트가 판매하는 해남 절임배추(20㎏) 가격은 L포인트 할인과 카드사 할인 등을 적용했을 때 최저 2만9900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급량이 수요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절임배추 예약을 받기 시작한 서울 중구의 롯데마트 매장 직원은 “절임배추 수량이 한정돼 있으니 예약하고 싶으면 서두르는 게 좋다”고 손님에게 귀띔했다. 이마트는 이달 25일부터 일주일간, 홈플러스는 이달 중순부터 절임배추와 김장재료 예약판매를 진행하며, 배추 수급 상황에 맞춰 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