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악재에 금융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이틀 전 달러당 13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고, 미국과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그간 안정세를 보여온 국제 유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시장에선 이번 충돌이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일단 적을 것으로 보지만, 긴장이 고조될 경우 변동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2일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31.58포인트(1.22%) 내린 2561.69로 집계됐다. 3거래일 연속 약세다. 장중 삼성전자 주가가 5만9900원까지 내려가며 1.46%까지 급락했던 코스피는 낙폭이 과하다는 반응에 소폭 반등하며 하락 폭을 일부 만회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2.18% 떨어졌고, 전날 미국 나스닥지수는 1.53% 하락한 1만7910.36에 장을 마쳤다.
증시의 하락은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된 데 영향을 받았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산유국이 밀집된 중동 정세에 크게 반응하는 유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분)는 전장보다 1.66달러(2.44%) 오른 배럴당 69.83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5.53% 급등했으나 이스라엘의 타격이 미미하다는 데에 안도감이 퍼지며 유가는 상승 폭을, 미국 증시는 낙폭을 줄였다. 다만 중화권을 제외한 아시아 증시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한 중국으로 자금이 쏠린 데에 따른 수급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컸다.
안전자산으로 회피하려는 심리는 강해졌다.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미국 달러화 지수는 전날 0.4% 올랐으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0.0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30일 달러당 1307.8원까지 내렸던 원·달러 환율도 이날 11.3원 오른 1319.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정부와 관계당국은 일단 중동 분쟁의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높은 경계감을 갖고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는 동시에 필요시 관계기관 공조 하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이란의 공격 수위가 제한적 수준으로 평가되나 향후 이스라엘의 대응 여부 및 강도 등에 따라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지난 4월 충돌 때와는 달리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까지 내려온 만큼, 시장은 이번 충돌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경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70달러(WTI) 수준의 유가는 글로벌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등으로 유가가 장기간 90달러 이상에서 유지되는 고유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제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확전을 저지할 것이란 전망도 시장에 안도감을 주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기 부양책과 일본의 신임 총리 선출로 원화가 동조화 흐름을 보이는 엔화와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는 만큼, 중동 정세와 맞물려 환율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