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취득 후 전량 소각”
영풍 측 ‘배임’ 비판, 가처분 소송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영풍·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자사주 공개매수로 승부수를 띄웠다. 이에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삿돈을 이용한 경영권 지키기로 ‘배임’이라고 비판했다. 영풍·MBK가 공개매수 가격을 한 번 더 올릴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MBK 공개매수 가격(75만원)보다 높은 주당 83만원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5.5%(320만9009주)이며, 공개매수 기간은 이달 4~23일이다. 이번에는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공동매수자로 참여한다. 베인캐피탈은 약 43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발행 주식 수의 2.5%인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1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기관 차입약정 한도 금액 1조7000억원을 더하면 고려아연이 이날 공시한 단기차입금 증가액은 2조7000억원이다.
최 회장은 “금번 고려아연이 취득하는 자사주는 향후 적법 절차를 거쳐 전량 소각함으로써 주주 가치를 확고히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영풍을 향해 “고려아연의 주주로서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다”며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가담해 이용당하며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헐값에 넘길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 지분을 투자 재원으로 해 석포제련소 개선 등 경영 정상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가진 영풍정밀 주식 25%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도 진행한다. 주당 3만원으로 총 1181억원이 투입된다. 영풍정밀도 MBK·영풍의 공개매수 대상이다.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2만5000원이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일차적으로 영풍·MBK의 공개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해서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를 최대한 많이 매수할수록 영풍·MBK가 사들일 수 있는 공개매수 물량은 줄어든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이 영풍·MBK가 책정한 가격보다 10% 이상 높아서 주주들은 고려아연에 자기 주식을 파는 게 더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최소 수량(6.98%)에 미달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영풍·MBK는 이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서 기각된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과는 별개다. 또 영풍·MBK는 자사주 공개매수에 찬성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들을 형사 고소했다. 영풍·MBK는 이날 입장을 내고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결의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하므로 관련 절차의 진행을 중지시켜 달라는 취지에서 이번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