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돼지, 염소 등 농장에 부여하는 동물복지 인증 비중이 1% 미만이거나 아예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비용 대비 경제성이 낮고, 도축장 이용이 쉽지 않아 농가들이 기피하는 것이다. 농가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직불금 제공과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동물복지 축산인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농장은 총 469개로 집계됐다. 국내 전체 농가(약 10만) 중 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중 산란계(245개)와 육계(157개) 등 양계농장이 85.7%를 차지했다. 젖소(29개), 돼지(26), 한우(12) 등의 인증 농장 수는 미미한 수준이다. 염소와 오리는 인증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한건의 인증도 없었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가축을 사육하는 축산농장을 인증하는 제도다. 2012년 산란계부터 도입해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육우, 젖소, 염소, 2016년 오리 등 현재는 7개 축종 분야로 확대됐다. 사육두수를 줄이면서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최소 사육면적을 확보해야 하고, 배설물 청소나 깔짚 보충·교체 등을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등 인증 요건이 까다롭다.
각 축종별로 동물복지 인증 농장 비중을 보면, 산란계가 가장 높은 25.5%(지난해 말 기준)로 나타났다. 산란계 농가 4개 중 1개꼴이다. 이어 육계 9.9%, 젖소 0.5%, 돼지 0.4%, 한우 0.01% 순으로 나타났다.
인증 농가가 적은 이유는 낮은 경제성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소비자의 직접 구매가 거의 없는 염소와 오리는 소비·유통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아 농가의 관심이 낮고, 한우와 돼지 등은 시설비와 사육두수 감소 등 비용 부담이 큰데다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동물복지 도축장이 적은 것도 인증제가 농가의 외면을 받는 이유다. 동물복지 축산물로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복지 인증 도축장을 통해 출하해야 한다. 현재 국내 동물복지 도축장은 총 11개(돼지5, 닭4, 소2)에 불과하다. 전남 무안에서 한우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인증을 받았음에도 정작 가까운 곳에 도축장이 없어 출하할 때 일반 한우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동물복지 축산물의 국내외 수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동물복지 인증 농장을 늘리기 위한 수출 판로 지원과 컨설팅 명목으로 지금까지 18억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내수와 수출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못하고 있다.
서 의원은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와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며 “축산농가의 동물복지 인증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직불금과 세제 혜택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