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금융당국 수장이 한자리에 모여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6%대로 묶고 내년에는 4%대로 낮추기로 했다.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가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대출이 꼭 필요한 실수요자에 대한 보호 방안 등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10월 발표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3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을 논의했다. 4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월 이후 7개월여 만으로, 고 위원장과 정 원장이 지난달 취임한 후로는 처음이다.
이들은 회의에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6%대 유지하고 내년에 코로나 이전 수준인 4%대로 관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 4월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5~6% 내외로, 내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 등으로 빠르게 증가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들의 경우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성을 폭넓게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출이 꼭 필요한 수요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포함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10월 중 발표하기로 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05조9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3% 늘었다. 대출 총량이 늘면서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연말까지 3개월을 앞두고 벌써 당국이 제시한 올해 관리 목표(6%)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지난 8월 말까지 4.28%로, 9월 중 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 참석자들은 대내외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홍 부총리는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해 “글로벌 공급 병목 해소의 지연 가능성은 물론 최근 미국 부채한도 협상 및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경계감 등에 따라 국내외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이러한 대외 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내적으로도 불균등 회복에 따른 격차 확대, 취약계층 및 한계기업 기초체력 약화, 부동산·가계부채 등 유동성 확대에 따른 문제가 경제회복 과정을 불안정하게 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