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대출로 부동산 투자?…기업대출 증가세 이어질까

박효재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을 강도 높게 관리하자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늘렸고, 이 중 상당액수가 부동산 투자 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다소 진정된 반면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가격이 급등하는 배경이라는 것이다.

18일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059조3000억원으로 10조3000억원 급증했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전월 대비 증가폭은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전월 대비 2조6000억원 증가한 419조2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약 40% 비중을 차지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은 조이는 반면 경기 부양을 이유로 기업대출은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이를 이용한 갭투자 등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금융 및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달 은행의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 대출을 합친 대출 순증금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코로나19 위기 이전보다 3조~5조원 많다”며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에만 집중하다보니 법인의 부동산 투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늘어난 기업대출금 상당 부분이 전세가율이 높은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갭투자에 쓰이면서 가격을 끌어올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은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이 70% 수준으로 아파트보다 높아 갭투자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실제로 KB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다세대주택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올랐고, 오피스텔은 9.2% 상승했다.

은행에 비해 당국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제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한 갭투자가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 대출은 대부분 차주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대출금액이 소액일 경우 용도에 맞게 쓰이는지 수시로 증빙하는 작업이 소홀해질 수 있고, 당장 대출실적이 급한 지방 소형 저축은행들은 사업자등록증만 제출하면 대출을 내주는 등 자금 용도 확인이 부실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대출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 연구원은 “규제의 빈틈을 이용해 부동산 투자에 이용된 대출은 상대적으로 레버리지가 높고, 기업대출은 원리금 분할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잠재적 부실 위험이 높다”며 “은행들이 기업대출에도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더 따지도록 한다면 대출자금이 불필요하게 부동산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황폐해진 칸 유니스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아름다운 불도그 선발대회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페트로 아웃 5연승한 넬리 코르다, 연못에 풍덩! 화려한 의상 입고 자전거 타는 마닐라 주민들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