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급등세 ‘은행 탓’ 아니라는 정부…차주 이자부담 경감엔 나몰라라

박효재 기자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오면서 이자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 7월1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 고객이 방문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이 가까워오면서 이자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 7월1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 고객이 방문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대출금리 급등세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가 아닌 자금조달비용 상승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자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이 자금조달비용 상승분을 반영해 올려야 할 예금금리는 더디게 올랐는데, 갈수록 예대마진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은 가산금리 상승 요인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21일 금융정의연대는 한국은행 통계자료(은행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와 은행연합회 통계자료(가계 신용대출 가산금리)를 분석한 결과, 예대금리 차이는 2019년 말 1.38%에서 지난해 말 1.89%로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9월말 기준 2.01%를 기록하는 등 예대마진은 꾸준히 늘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4개월 간 금리변동을 근거로 예대마진이 크지 않다고 했지만, 기간을 더 넓혀서 보면 예대마진 증가폭은 뚜렷하다. 금융정의연대는 “예대금리 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은행들이 예금이자는 찔끔 인상시켜놓고 대출이자를 큰 폭으로 인상시켰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대출금리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가산금리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신용 1~2등급 가계신용대출 가산금리를 보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작년 말 대비 가산금리를 최소 0.4%포인트 이상 올렸다. 특히 우리은행의 지난달 가산금리는 2.10%로 연말 대비 0.67%포인트, 1년 전(1.29%)에 비해서는 0.81%포인트 급증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도 “대부분 은행들이 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따른 수익성 악화 핑계를 대면서 가산금리를 너무 많이 올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예대마진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 정부 초기만 해도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산정방식의 적정성을 점검했던 바 있다.

다른 업권과의 규제 형평성에도 맞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원가까지 계산하며 적극 개입하는 것과 달리 은행에만 시장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된다는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들은 과거 예대마진이 1.5%포인트 수준일 때도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면서 “코로나19 국면에서 자금조달 수요가 급증해 특수를 본 은행들이 오히려 경기불황기로 반영해 가산금리를 과도하게 산정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 볼 때”라고 주장했다.

최근 대출금리 급등세는 공급 부족 요인이 큰 만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 일변도에서 벗어나 차주들의 이자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차주들이 더 싼 이자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논의는 지난달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사실상 멈춰있는데다,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기 위해 한도는 축소하고 금리는 올리고 있어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예대마진 폭리 불만은 그나마 1금융권을 이용할 수 있는 차주들이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이나 사채시장으로 밀려나는 차주들이 늘고 있는데, 이들의 자금조달난을 해결할 방안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러시아 미사일 공격에 연기 내뿜는 우크라 아파트 인도 44일 총선 시작 주유엔 대사와 회담하는 기시다 총리 뼈대만 남은 덴마크 옛 증권거래소
수상 생존 훈련하는 대만 공군 장병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불법 집회
폭우로 침수된 두바이 거리 인도네시아 루앙 화산 폭발
인도 라마 나바미 축제 한화 류현진 100승 도전 전통 의상 입은 야지디 소녀들 시드니 쇼핑몰에 붙어있는 검은 리본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