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17억 서울 아파트, 종부세 고작 8만원...무색한 ‘폭탄론’읽음

안광호·박상영 기자

올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대상자가 1년 전보다 30만명 가까이 늘면서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대다수 1가구 1주택자 세부담은 되레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시가 17억원짜리 서울 아파트의 종부세액이 1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보유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에 비해 한참 낮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선(공제금액) 완화 조치 등으로 부동산 불평등과 자산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종부세 도입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이 24일 공개한 ‘올해 토지분 종부세 고지 현황’을 보면, 대상자는 7만9600명, 세액은 2조8892억원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2일 공개한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94만7000명)과 세액(5조6789억원)을 합하면 올해 전체 종부세 고지 인원은 총 102만6600명, 세액은 8조5681억원이다. 종부세 대상자는 지난해(74만4100명) 대비 38.0% 증가한 것으로, 10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05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일부 납세 대상자들은 “징벌적 세금”, “이중 과세”라며 종부세 위헌 청구소송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중장기적으로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지역 다주택자를 제외한 1가구 1주택자의 실질적인 세부담은 대부분 줄었다. 기재부가 전날 공개한 ‘보유주택 수별 사례’를 보면, 시가 26억원(공시가격 18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23년째 보유하고 있는 1주택자 A씨(68세)의 경우 1년 전보다 시세는 2억원 올랐지만, 세부담은 지난해 89만원에서 올해 70만원으로 줄었다. 시가 17억원(공시가격 12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16년째 보유 중인 1주택자 B씨(66세)의 경우 시세는 1억원 올랐지만, 세부담은 27만원에서 8만원으로 줄었다. 1가구 1주택자 과세 기준선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완화된데다, 고령자·장기 보유 세액공제(최대 80%)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독 명의로 고령자·장기 보유 공제를 받을지, 부부 공동명의로 12억원(1인당 6억원)까지 공제를 받을지를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다. 올해 종부세 고지 대상자 중 1가구 1주택자는 13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0% 가량 증가했지만, 전체 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한국의 경우 부동산가액을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로 나눈 비중(0.16%, 2018년 기준)도 미국(0.90%), 캐나다(0.87%) 등 주요 선진국이나 OECD 주요 8개 회원국 평균(0.53%)보다 낮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도 0.9%(2019년)로 OECD 평균치인 1.1%를 밑돈다.

김용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1가구 1주택자 과세 기준 완화로 당초 납세 대상자 중 8만9000명이 줄어든데다, 기준선 상향으로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혜택이 집중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종부세 통폐합 주장에 대해 “국세인 종부세는 전국 균형 발전을 위해 골고루 쓸 수 있다”며 “이를 지자체에서 걷고 쓰는 세금인 재산세로 통합하겠다는 것은 막대한 규모의 재산세를 거둬 들이는 지자체와 그렇지 않은 지자체 간 격차만 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가 17억 서울 아파트, 종부세 고작 8만원...무색한 ‘폭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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