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선점 경쟁 나선 은행들

박효재 기자

‘스테이블코인’ 기술 개발 나서고

수탁사에 지분 투자하며 토대 쌓아

미국 등 해외, 이미 직접 수탁사업

가상자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상자산 수탁업체 지분 투자 방식으로 시장 진출 토대를 닦는가 하면, 코인 발행을 염두에 두고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 은행도 등장했다.

해외 각국 은행들이 속속 가상자산 서비스를 내놓자 더는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일 은행권 취재를 종합하면, 신한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비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부터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헤데라 해시그래프와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송금 기술 개발을 진행했고, 지난달 테스트를 통해 검증을 마쳤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법정화폐에 고정한 가상자산으로, 다른 가상자산 가격 급등락에 대응하는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화폐처럼 온라인 쇼핑에도 쓰인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은 가상자산 수탁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9월 가상자산 수탁 전문기업인 카르도 지분 약 15%에 대해 전략적 투자를 했다. 카르도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 금융당국에 신고를 마쳤으며, 현재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KB국민은행이 해치랩스, 해시드와 합작 설립한 가상자산 수탁 법인 한국디지털에셋(KODA)은 지난 5월부터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한 데 이어 대체불가토큰(NFT)으로도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와 디지털자산 수탁 합작법인 디커스터디를 세웠다.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는 해외 시장의 빠른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해외송금 기술 검증에 대해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가 JPM코인을 발행하는 등 해외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이 늘고 있다”면서 “향후 국내에서 가상자산 결제 시장까지 열릴 경우에 대비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스위스에서는 은행이 직접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하고 있고, 스페인 은행인 BBVA도 해당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5위 은행인 유에스(US)뱅크는 지난달 7일 기관투자가 대상 가상자산 수탁사업에 진출했다.

이 같은 국내 시중은행들의 움직임을 가상통화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신용도 높은 금융기관인 은행에 가상자산을 예치해 이자 수익을 얻거나 가상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이 가능해지는 등 금융상품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업이 기본적으로 인가 사업이고 국내에서 은행의 가상자산 취급 관련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기술 개발이나 관련 투자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법상 은행은 직접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없어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합작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가상자산 수탁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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