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마이데이터 서비스···복잡한 ‘동의’ 문턱 넘었더니 내 금융정보 ‘한눈에’읽음

유희곤·김희진 기자
1일 시작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국민은행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마이데이터는 은행·카드·보험·주식 등 내 금융정보를 한번에 확인·관리하고 맞춤형 상품도 추천받는 서비스이다.  김영민 기자

1일 시작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는 KB국민은행의 애플리케이션 화면. 마이데이터는 은행·카드·보험·주식 등 내 금융정보를 한번에 확인·관리하고 맞춤형 상품도 추천받는 서비스이다. 김영민 기자

2일로 이틀째를 맞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는 가입 문턱을 넘기까지 동의 버튼을 여러 차례 눌러야 하는데다 연결도 불안정했지만, 내 금융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편리함은 이같은 불편을 잊게 만들고도 남았다. 마이데이터사업은 은행·카드·보험·주식 등 내 금융정보를 한번에 확인·관리하고 맞춤형 상품도 추천받는 서비스다. 내년 1월1일 전면시행을 앞두고 18개사가 지난 1일 오후 4시 개시한 시범서비스 중 일부를 취재진이 직접 이용해봤다.

■취합 정보 ‘제각각’에 자산도 ‘오락가락’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사 또는 핀테크 업체의 기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가입하려면 먼저 앱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아이폰 사용자는 아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가 1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금융사 79곳·통신사 10곳·우정사업본부 등 정보제공기관 90곳의 가입 및 사용 정보를 모아볼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아예 앱과 연결이 되지 않는 정보제공기관도 있고 앱이 취합할 수 있는 기관 수를 제한한 곳도 있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핀크는 정보제공기관을 50개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마저도 약 20개 기관은 서버 오류가 발생하거나 응답이 없어서 정보가 전송되지 않았다. 신한은행도 취합 기관을 50개로 제한했는데 1차 접속 때 15개 기관에서 인증오류가 발생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은 시행 초기 단계라 정보 제공 기관의 인증 오류 및 데이터의 정합성이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여러 마이데이터에 가입했다면 서비스별로 자신의 자산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카카오뱅크에 있는 예적금은 국민은행 서비스에서는 확인할 수 있지만 신한은행 서비스(머니버스)에서는 아직 열람할 수 없는 식이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가입한 펀드 투자금은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앱 모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자산 현황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금융업체 등이 제공하는 인증서가 아닌 금융결제원에서 발급받는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를 이용하는 게 좋을 듯하다. 국민은행 서비스에서 KB모바일인증서를 사용하면 다른 은행 자산 내역은 3곳(신한, 농협, 하나)만 볼 수 있는 등 제공정보에 한계가 있었다.

■한눈에 확인은 ‘기본’, 관건은 ‘차별화’

자산 연결을 마친 후에도 앱 자체가 느리게 작동하거나 접속이 끊어지는 등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아직은 불안정하다. 하지만 은행 계좌부터 주식 수익률까지 흩어진 자산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기존 자산관리 앱은 필요한 데이터를 긁어오는 ‘스크래핑’이라 보안이 취약했다. 금융사별로 하나씩 연동하기를 선택해야 해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단점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자산현황 내역이 아니라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에 따라 사업자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신한은행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캘린더’ 기능은 꽤 유용해 보였다. 은행 계좌 입금액, 신용카드 결제예정 일자와 금액 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 일정, 전국 아파트 분양 일정 등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국민은행 서비스는 다른 앱보다 업권별(은행, 카드, 증권 등), 기관별 자산 현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난 7월부터 월간지출액이 얼마였는지, 지출이 가장 많은 분야는 무엇인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은행들은 이같은 편리한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자사 서비스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향후 사업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자산 분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상품 정보도 볼 수 있다는 게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점이다.

마이데이터는 지정 정보제공기관에서 취합하는 정보뿐 아니라 정보주체(소비자)가 직접 자산을 입력하면 이를 비교·분석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 차량이 대표적이다. 핀크는 소비자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통화 정보를 입력하면 업비트 기준 시세와 수익률 등을 보여준다.

■너무 많은 약관 확인·본인 동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서비스 가입 후 정보제공 기관을 선택하고 취합된 정보를 분석한 데이터를 받기까지 약관 확인, 동의, 인증 등 10여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자산을 추가로 등록할 때도 등록기관 선택,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 동의, 개인(신용)정보 제공 동의, 인증, 상세정보(송금인·수취인명정보 등 사생활 및 경제활동 등 관련) 전송 요구 선택 여부 및 주기(최대 1년)와 종료 시점, 상세정보 관련 개인(신용)정보 수집·이용 동의, 통합인증거래 이용 동의와 인증 등을 차례로 해야 한다.

금융위는 소비자가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사업자들이 “모바일 환경에 맞게 시각화·간소화된 정보동의시스템”인 ‘알고하는 동의’ 절차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데이터 서비스 가입 시 동의·인증해야 할 내용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크게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금융당국 설명처럼 간소화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에 따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겠지만 약관과 설명서를 하나씩 열람하며 이용 여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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