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먹거리·집세 등 생활물가 급등에 서민 허리 휜다

안광호·이윤주 기자

10년 만에 최대 상승폭(3.7%)을 기록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기름, 식품, 집세, 외식비 등 모두 일상생활과 직결된 품목들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연말연초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의 비용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운송비 상승 등 대외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는 점에서 연간 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치(2.0%)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를 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10.74(2015년=100)로 1년 전보다 5.2% 올랐다. 상승률은 2011년 8월(5.2%)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치다.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460개 품목 중 석유류와 농수산식품 등 소비자 지출 비중이 높고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1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석유류는 35.5% 상승했고, 우윳값 인상에 따른 빵 등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도 3.5% 올랐다. 석유류와 가공식품을 합한 공업제품은 5.5% 올라 2011년 11월(6.4%)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 유류세 인하(20%)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유소 판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주 가량의 시차가 발생해 물가 상승폭을 낮추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장바구니 물가도 크게 올랐다. 채소류를 중심으로 농산물은 5.7%, 축산물은 15% 오르는 등 전체 농축수산물 물가는 7.6% 뛰었다. 한파와 배추무름병 등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고, 축산물가격도 가정 내 수요 증가와 물류비 상승 등으로 오름폭이 컸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면서 물가 상승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전세는 2.7%, 월세는 1.0% 각각 올랐다.

연말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상승압력 요인이 크기 때문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나 곡물·원자재 가격 추이를 볼 때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개인서비스도 방역체계 전환과 소비심리 회복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등 12월 물가도 상당폭의 오름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생활물가 상승은 연말연초 난방수요가 커지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소득분위별 소비지출 구성을 반영해 지난해 1월과 올해 9월 사이 물가상승률을 산출한 결과를 보면, 전 계층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2.97% 상승했는데, 고소득층인 소득 5분위(상위 20%)는 2.66%,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는 3.60%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원은 “현재의 물가 불안은 식료품, 에너지, 집세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어 이들 항목의 소비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에 상대적으로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유류세 인하효과를 신속 반영하기 위해 도심 내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한 이격거리 조건(현행 1㎞)을 폐지하고, 농축수산물 할인쿠폰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2.3%로 전망했던 한국은행은 이날 “글로벌 공급병목이 심화·장기화될 경우 국내에서도 물가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다”며 “연간 물가 상승률이 11월 전망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름·먹거리·집세 등 생활물가 급등에 서민 허리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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