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편의점 상품 배달…‘생활금융’ 내딛는 은행들

박효재 기자

신한, 음식배달 앱 출시…자체 앱 내 꽃 주문·신차 견적 등 은행별 차별화

금융권 파이 커진 빅테크에 맞대응…비금융 서비스 규제 등 경쟁력 한계

주요 시중은행들이 본업인 금융업을 넘어 음식·편의점 배달 같은 생활 서비스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업체)가 금융업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은행들도 ‘생활금융 플랫폼’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의 비금융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고,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 공유도 막혀 있어 빅테크와 동등하게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오는 22일부터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KB국민은행이 음식배달 업체 요기요와 제휴를 맺어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은행이 직접 음식배달 앱을 만들어 서비스까지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시 5개구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내년 말까지 서울 전역, 경기도 등 약 8만개 가맹점을 목표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 관계자는 “배달앱을 통해 확보한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여·수신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금융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배달노동자 대상 전용 대출, 가맹점 대출 등 포용적 금융을 실천함과 동시에 금융 및 비금융 플랫폼 간 연계를 통한 고객 기반 확대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세븐일레븐과 제휴해 은행권 최초로 편의점 주문·배달 서비스인 ‘My편의점’을 출시했다. 우리은행 앱 ‘우리WON뱅킹’ 이용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 사이 세븐일레븐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면 신청한 장소로 배달받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은 최근 자사 앱 ‘올원뱅크’에서 꽃 배달 결제 서비스 ‘올원플라워’를 시작했다. 이용자는 한국화훼농협의 꽃다발, 화환, 난 등 화훼 상품을 등록된 농협 계좌와 카드로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앞으로 은행의 생활 서비스 시장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생활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협회장은 “시중은행들은 오프라인 점포 운영에 따른 고정비용 지출 때문에 빅테크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은행 앱은 뉴스, 쇼핑, 영화 등 금융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기본 트래픽이 부족하다”면서 “최초 접속량을 늘리려면 다른 엔터테인먼트 앱들과 합종연횡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수집·활용 역시 빅테크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행 제도상 우리나라 금융지주 계열사 간 영업 목적의 정보 공유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은 고객이 동의할 경우 고객정보를 자회사 간 공유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리면서 빅테크들이 금융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게 되면서 은행과 빅테크 간 생활 서비스 수준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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