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도 ‘디지털 위안화’ 개방…중국, 디지털화폐 주도권 잡나

박채영 기자

올림픽을 국제 데뷔 무대로 활용

높은 이용률로 거래액 16조 돌파

‘기축통화 입지 강화’ 목적도

외국인에도 ‘디지털 위안화’ 개방…중국, 디지털화폐 주도권 잡나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디지털 위안화’의 국제 데뷔 무대로 삼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과 관련해 주요국 대부분이 연구·개발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이 주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국민만 실명 인증을 거쳐 만들 수 있었던 디지털 위안화 스마트폰 전자지갑을 외국인도 중국 휴대폰 번호만 있으면 만들어 식당, 편의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은 개인정보 인증 정도에 따라 1~4단계로 일일·단일 거래액 한도에 차이를 둔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디지털 위안화의 효용성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CBDC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은 최대한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중국의 디지털 기술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위안화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CBDC다. CBDC는 비트코인 등 민간 암호화폐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변하는 민간 가상통화와 달리 법정 통화로 기능한다. 중국은 2019년 말부터 베이징 등 대도시를 시작으로 디지털 위안화 시범 이용을 진행해왔다.

중국은 주요국 가운데 CBDC 도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바하마, 동카리브, 나이지리아 등 일부 신흥국에서는 이미 CBDC를 발행했지만 인프라 부족으로 이용률이 낮은 상황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전문조직을 만들어 연구·개발 및 시범운영을 거쳤다. 디지털 위안화 전자지갑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2억6000만명으로 집계됐다. 누적 거래액은 875억위안(16조원)을 넘어섰다.

CBDC 개발은 각국 중앙은행의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다. 현금 이용이 줄고, 경제 및 금융생활 전반이 디지털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공공화폐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강화와 개인정보 집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공공화폐 인프라에 해당하는 CBDC 도입의 필요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결제은행(BIS)이 2020년 65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6%가 CBDC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인도는 최근 2023년까지 ‘디지털 루피’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미국, 일본, 유럽 등이 CBDC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CBDC 모의실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CBDC 도입에 관심을 갖는 배경으로는 기축통화로서 자국 화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도 제시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6일 사설을 통해 “디지털 위안은 잠재적으로 중국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도록 도울 수 있다. 위안화의 통제력을 잃지 않고 국제적인 사용을 촉진하고 미국의 재정적 지배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팻 투미 미 상원 의원은 지난 4일 미국 정부에 중국이 올림픽을 디지털 화폐 개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다만 중국의 CBDC 상용화가 앞서나가도 디지털 위안화가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2020년 국제지급결제통화 비중을 보면 위안화 결제 비중은 1.8%에 그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디지털 달러화’ 도입에는 느긋한 입장이다. CNBC는 제롬 파월 의장이 “가장 먼저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되기보다는 제대로 된 CBDC를 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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