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대규모 공약···“재정 확대·증세 시급한 시점”

안광호 기자

주요 대선 후보들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공약을 쏟아내면서도 재원 조달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돈을 쓰겠다고 약속을 하면서도 쓸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방안은 없는 셈이다. 기껏해야 정부 예산 지출을 구조조정하거나 성장에 따른 자연적인 세수입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공약 규모로 볼 때 실효성이 낮아보인다. 선거가 원채 박빙으로 진행되다보니 ‘표 떨어질’ 증세는 언급하기를 극히 꺼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4대 후보의 공약을 분석해보니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증세공약이 없었다.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감세공약이 더 구체적이었다. 코로나 이후 경제 정상화와 양극화 해소, 재정 선순환 구조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 확대와 함께 증세 논의 등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선 후보들 ‘증세’ 함구 ‘감세’ 넘쳐

20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주요 대선후보 질의서 답변 내용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년 임기 동안 국정 공약 270여개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 규모를 300조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이 중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보상과 매출 회복 지원에만 50조원 넘게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외에 전 국민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보편 기본소득과 만 19∼29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득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정 공약 200개 이행을 위해 266조원 규모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당장 5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주고, 중산층·서민·저소득층 어르신 대상 기초연금을 월 최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것도 주요 공약이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60개 공약 이행에 5년간 17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국정 공약 100개 이행에 201조원 가량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감세 정책도 넘쳐난다. 이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감면 확대와 1주택 장기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 납부 유예를 공약했다. 윤 후보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취득세 면제 또는 1% 단일세율 적용, 종부세와 재산세의 통합 또는 1주택자의 종부세 면제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후보도 생애첫 주택마련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하자는 방안을 놨다.

반면 재원조달 방안은 명확하지 않다. 정부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이나 예산 비율 조정 등을 통해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제가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증가가하는 세수입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기존 수혜자들이 있는 사업들의 지출을 구조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출산고령화 상황으로 볼때 코로나19 이후에는 저성장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커보인다.

대선 후보들은 증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심 후보만 뚜렷하게 증세와 재정 확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원에 대해 배출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탄소세를 도입하고, 소득세, 법인세 등에 대한 공제를 축소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조세부담률, OECD 평균보다 낮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조세부담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9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 24.9%로 4.8%포인트 낮다. 조세부담률은 정부의 조세 수입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다. 누진세 과세체계상 세금은 고소득자, 고소득법인일 수록 많이 내기때문에 코로나19 이후 확대되는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 각종 공약으로 풀린 돈을 회수해 인플레이션 부담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양극화, 기후위기 등 당면한 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확장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증세가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대선 후보들이 선거 과정에서 유불리만 따질 게 아니라 국가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겠다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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