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부업체 고객 줄고 소비자 고금리 피해는 여전”

유희곤 기자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대부업체 고객 줄고 소비자 고금리 피해는 여전”

정부가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법정최고금리를 연 24.0%에서 20.0%로 인하했지만, 우수대부업체의 저신용자 대상 대출은 줄고 제도권에서 소외된 금융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 업체로부터 당한 고금리 대출 피해는 줄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도 취지와 달리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악영향이 우려되는 만큼 최고금리 추가인하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단법인 서민금융연구원은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저신용자(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저신용자(옛 신용등급 기준 6~10등급) 7158명과 우수대부업체 12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2월 실시됐다. 우수대부업체는 3년 간 위법사실이 없고 저신용자 대출이 70% 이상을 차지하거나 금액 기준으로 100억원 이상인 대부업체이다.

우수업체 중 최고금리 인하 후 대출신청 고객 수가 감소했다는 답변은 58.3%로 고객수가 증가했다(33.3%)나 유사하다(8.3%)보다 많았다. 신규대출승인 고객 수가 감소한 곳도 75.0%로 유사(16.6%)하거나 증가(8.3%)한 곳보다 많았다.

설문대상 대부업체 4곳 중 3곳은 최고금리 인하 후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을 해 영업을 축소·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4곳 중 1곳은 매각이나 폐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의 91.3%는 기존 고객의 대출을 갱신해주고 있다고 답해 검증된 차주 위주로 영업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최고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20.0~24.0%’와 ‘24.0~27.0%’가 각각 41.7%였다. ‘30% 이상’은 17.7%였다.

대부업체 이용이 거절된 후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소비자들의 68.4%는 최고금리보다 높은 대출상품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연 140%(월 10부) 이상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비율이 4명 중 1명꼴(25.6%)이었다.

돈을 빌리면서 불법사금융인 줄 알고 빌렸다는 응답률은 57.6%였다. 몰랐다는 응답률(42.4%)보다는 높았지만 2020년 조사(73.5%)보다는 낮아졌다.

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한 소비자들의 이용행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용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3.6%는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라고 답했다. 신용카드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용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3.9%였다. 2020년 조사에서는 기초생활비 목적이 42.1%, 부채 막기용이 26.8%였다. 주식투자 등 재테크용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5%에서 3.4%로 0.9%포인트 늘었다.

보고서는 법정 최고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이용이 늘 수 있다고 경고했다. 등록 대부업과 불법사금융 간 수요 특성이 유사하기 때문에 대부업을 이용하지 못하는 금융소외자 중 상당수가 불법사금융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대부업 이용자 중 신용평점 하위 10%에 해당하는 이들의 나이스(NICE)평가정보 자료와 설문 결과를 통합해 추산한 결과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7000∼5만6000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추정 금액은 6400억∼9700억원이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부원장은 “일본에서도 2006년 대금업 관련 3법을 개정한 후 최고금리가 급격히 낮아지자 일반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하는 금융소외계층이 늘었고 사회적 불안정성도 커졌다”면서 “최고금리 인하 혜택은 일부 차입자에게만 돌아가고 금융소외계층은 불법사금융으로 빠지는 폐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내리기만 했던 최고금리를 경제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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