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시대…소중한 노후 자산 알차게 굴리려면?읽음

박채영 기자

사전지정운용제도 A to Z

DC·IRP형 가입자들 ‘적용 대상’
만기 이후 6주 내 별도 지시 없으면
사전에 정한 기본값으로 연금 운용
업계 ‘장기 수익률 제고’에 큰 기대

10월 노동부 심의위 승인 상품 공지
투자성향 맞춤 전략 세워 선택해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됐다. 디폴트옵션이란 일정 기간이 지나도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기본값(디폴트·default)으로 퇴직연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는데도, 가입자의 무관심 등으로 대부분의 적립금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이 1~2%에 불과한 것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률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도입이 가입자들이 본인의 퇴직연금 운용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 디폴트옵션 언제, 누구한테 적용되나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자신의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확정기여형(DC) 혹은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퇴직연금을 넣어뒀던 기존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근로자가 6주간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발동한다. 신규 가입자의 경우 가입 후 2주 이내에 운용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본인의 퇴직연금 유형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혹은 본인의 퇴직연금 가입 은행에서 알아볼 수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인 금융기관이 디폴트옵션 상품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최소 7개에서 최대 10개의 상품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으로 나뉜 상품 등급별로 최소 2개 이상의 상품을 승인받아야 한다. 단, 초저위험 등급의 상품은 승인 취소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을 고려해 1개만 승인한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유형에는 원리금보장상품(은행 예·적금 등)과 펀드상품이 있다. 펀드상품은 TDF(타깃데이트펀드), BF(밸런스펀드), SVF(스테이블밸류펀드), SOC(사회간접자본펀드) 등이 있다. 원리금보장상품과 펀드상품을 혼합해 구성할 수도 있다.

노동부는 10월 중에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디폴트옵션 상품을 공지할 계획이다. 이후 DC형은 사용자가 디폴트옵션 도입에 따른 변동 사항을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얻어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하고, 근로자는 규약에 반영된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IRP형은 금융기관이 각 가입자에게 안내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는 규약 변경, 전산 개발, 가입자 안내 등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해 디폴트옵션 시행 후 1년 동안은 유예기간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올해 말~내년 초일 것으로 보인다.

■ 디폴트옵션 적극 활용하려면 ‘옵트인’

가입자도 별도 지시를 하지 않고 디폴트옵션도 아직 발동되지 않는 6주 동안 퇴직연금은 ‘대기성 자금’으로 운용된다. 전문가들은 대기성 자금은 수익률이 떨어지므로, 디폴트옵션이 발동할 때까지 6주 동안 기다리지 말고 미리 퇴직연금 운용 상품을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후에도 디폴트옵션이 발동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스스로 상품을 고르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것이다.

6주를 기다리고 싶지 않지만, 디폴트옵션 상품에 퇴직금을 투자하고 싶다면 ‘옵트인(Opt-In)’을 이용할 수 있다. 옵트인은 디폴트옵션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가입자가 원하면 디폴트옵션 상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다만, 옵트인을 실행할 때는 다른 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돼 있으면 안 된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나올 상품은 노동부 심의를 거치고 퇴직연금 사업자별로 7~10개만 내놓다 보니 대표 상품 격의 좋은 상품들이 나올 확률이 높다”며 “여러 퇴직연금 상품 중에도 디폴트옵션 상품이 괜찮아 보인다면 굳이 6주를 기다리지 않고 옵트인 조항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이 발동된 적립금을 더 이상 해당 상품으로 운용하고 싶지 않으면 옵트아웃(Opt-Out)을 할 수도 있다. 옵트아웃은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으로 정해진 방법으로 운용하던 적립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매도하고 새로운 운용방법으로 운용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 가입자가 관심 갖는 계기가 돼야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이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운용이 쉬워지고, 가입자들의 관심도 제고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영주 연금박사상담센터 대표는 “디폴트옵션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디폴트옵션은 가입자들이 본인 자산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펀드연금실 선임연구위원은 “다른 것보다도 퇴직연금 사업자가 각 사의 대표 상품을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가입자가 본인에게 맞는 상품을 수월하게 찾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선택할 수 있는 퇴직연금 상품이 40~50개였다면, 디폴트옵션 상품은 위험성향에 따라 7~10개가 제시되니 가입자가 본인의 투자성향이나 재무 목표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비교공시를 강화해 가입자의 선택을 보다 편리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동부는 향후 디폴트옵션 상품은 적립 금액, 운용 현황, 수익률 등을 분기별로 1회 이상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송 선임연구원은 이에 더해 “분기별 공시 외에도 내가 가입한 상품이 코스피보다 수익률을 더 냈는지, 다른 펀드와 비교해서는 수익률이 어떤지 비교공시를 강화해 가입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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