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부는 여의도 증권가

권정혁 기자

유동성 경색 위기에 구조조정

PF 주력 중소형사 잇따라 감원

대형사도 실적 악화에 뒤숭숭

칼바람 부는 여의도 증권가

국내 중소형 증권사들이 하반기 불거진 유동성 경색과 신용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에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얼어붙는 등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자칫 수천명이 여의도를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은 노조 측 반발로 내홍에 휩싸인 상황이다. 노조는 DGB금융지주가 2018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던 당시에 한 ‘5년 고용보장’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지난 4일부터 대구 DGB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컨테이너 농성에 돌입했다. 하이투자증권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자발적인 희망퇴직이기 때문에 노사 협의를 파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증권가 감원’ 신호탄은 지난달 다올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이 먼저 쏘아 올렸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1일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 폐지를 결정했다. 이들 부서에 소속됐던 임직원 약 30명 중 일부는 재계약 대상에서 제외되자 계약 만료 전 자진퇴사했다. 같은 달 2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다올투자증권에서는 경영 관련 직무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경영상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무건전성 면에서 대형 증권사는 불경기 국면을 버텨낼 수 있는 인내력이 있는 반면에 중소형 증권사는 그렇지 않다”면서 “특히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다 보니 PF를 주력으로 하는 증권사들이 선제적으로 인원 감축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이 지난 5년간 늘렸던 비정규직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히나 중소형사들은 내년에 고정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감원을 해야 하는 회사들마저 퇴직금을 융통하기 어려워 인력 정리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감원 및 사업부 폐지 계획은 없는 대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내년 사업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진짜 위기는 시작도 안 했다”면서 “증권사들이 내년 1~2월까지의 유동성은 마련해둔 상태라고는 하지만 시황이 금세 호전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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