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 예금을 찾습니다’ 은행 떠나는 현금

최희진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은행에 정기예금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은행에 정기예금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3%대로 하락하는 등 내림세가 계속되자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서 두 달 만에 약 15조원이 빠져나갔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신협·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금리(1년 만기)는 연 3.50~3.73%다. 지난달 초엔 연 4.5% 상품이 있었으나 한 달 만에 1%포인트가량 금리가 더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한 달에 수십조원이 5대 은행으로 밀려들던 ‘역머니무브’(자금이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것)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지난해 11월 중순 정점을 찍고 하락하자, 역머니무브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2조2500억원으로, 전달 대비 6조1866억원 줄었다. 지난해 12월에도 8조8620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두 달 사이 15조486억원이 5대 은행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은행을 떠난 자금은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2금융권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를 보면 ‘OO신협에 연 5.5% 정기예금이 있다’ ‘OO 지역 새마을금고는 연 5.49% 금리를 준다’ 등 2금융권의 고금리 정기예금에 관한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신협과 상호금융(지역농협·축협 등),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11월 수신 잔액은 821조6364억원으로, 전달보다 15조7729억원 증가했다. 이 통계의 기준 시점보다 현재 은행 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그 사이 2금융권으로 흘러 들어간 자금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정기예금에 비과세 혜택이 있다는 것도 ‘금리 노마드족(더 높은 금리를 쫓는 투자자)’이 이들 상품으로 몰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은 이자소득에 15.4% 세금이 부과되지만 2금융권 정기예금은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 14%가 면제되고 농어촌특별세 1.4%만 내면 된다.

채권도 은행 예금의 대안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은 전년 대비 16조8000억원 증가한 21조400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올해 들어서도 개인은 한 달 사이 2조9734억원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는 기조가 이어진다면 은행을 떠나는 자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정할 때 참고하는 금융채 AAA 1년물 금리는 지난 1일 3.646%로, 한 달 전보다 0.684%포인트 낮아졌다. 은행으로선 금융채보다 더 비싼 금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약한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에 대해 계속 눈치를 주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을 때도 은행권은 이 인상분을 정기예금 금리에 반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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