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덕 디캠프 대표 “한국 스타트업, 해외진출 승산있다···한국 VC 동반진출 필요”

박채영 기자
김영덕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가 23일 서울 마포구 디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김영덕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대표가 23일 서울 마포구 디캠프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불황이죠. 하지만 지난 몇년이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버블’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세계 주요국의 긴축이 시작된 지난해는 스타트업들에게도 혹한기였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주목받던 스타트업들도 자금난으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매각에 나서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 프론트원에서 만난 김영덕 디캠프 대표는 “경기 불황에 투자자들은 깐깐해지고 스타트업들은 투자받기가 어려워졌다”면서도 “2000년대 닷컴 버블과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G마켓 공동창업자다. 그는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키고 엑싯(투자금 회수)한 뒤 지난 2007년부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젤투자자로 활동했다. 이후 롯데액셀러레이터 등을 거쳐 2021년 디캠프 대표로 취임했다. 디캠프는 시중 19개 금융기관이 출연해 만든 국내 최대규모의 창업재단이다.

스타트업들의 베이스캠프를 자처하는 디캠프에서 김 대표도 지난해 투자 혹한기를 피부로 느꼈다.그는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도와달라’며 찾아오는 스타트업이 많았다”며 “디캠프는 초기 기업을 육성해서 시장에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그게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불황에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면서 스타트업들이 통과해야 하는 그물망이 촘촘해졌다”며 “예전에는 성장성이 있다면 매출은 그다음이었는데, 지금 투자자들은 성장성도 있고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민관협력 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스타트업 투자액은 3조7751억원으로 전년 하반기(7조2184억원)에 비해 40% 넘게 줄었다.

올해 상황도 아직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6개월 후에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투자가 들어올 텐데 아직은 그런 시그널이 없다”며 “불황기에 실력 없는 기업이 정리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필요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좋은 기업들이 망가지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도 지금처럼 어려울 때 살아남는 기업이 경쟁력 있는 회사고 이번에 살아남으면 경쟁사도 많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투자자에게는 업사이드(상승여력)가 큰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불황이 닥치기 전 ‘창업붐’이 일었던 몇 년이 이례적인 스타트업 버블이었다는 말에는 “과한 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붕괴하기 전에는 사업계획서 하나만 있으면 근거도 없이 몇백억을 투자를 받는 일도 있었다”며 “하지만 지난 20년간 국내 벤처캐피탈(VC)의 실력도, 스타트업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는 계속 순환하기 마련이고 지금이 불황일 뿐, 지난 몇 년이 실체가 없는 버블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디캠프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이다. 김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 수준이 높아졌고 기술적, 사업적 성숙도를 봤을 때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주목할만한 시장으로 동남아시아와 일본을 꼽았다. 김 대표는 “동남아시아에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마켓이 있고 일본은 경제 규모가 크다”며 “서로 윈윈(Win-Win)할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디캠프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으로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정보통신미디어개발청(IMDA)과 협력 관계를 체결하고 각국의 성장 가능성 스타트업을 서로 추천하고 지원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한국 VC 등 투자사의 해외 진출도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국내 펀드는 대부분 정책금융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고용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한국 기업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며 “하지만 투자사가 먼저 해외에 나가서 플레이어로 인정을 받아야 한국 스타트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 투자사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현지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지금은 해외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기댈 언덕이 없다”며 “병참부대 없이 전투부대만 내보내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가 해외 투자로 수익을 내면 국가에도 좋은 것인데 지나치게 국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는 2012년 19개 금융기관이 출연해 설립한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지금까지 우아한형제들, 버킷플레이스, 비바리퍼블리카, 당근마켓, 하이퍼커넥트, 직방, 더핑크퐁컴퍼니, 야놀자, 옐로모바일 등 9개 유니콘기업을 포함한 3505개 스타트업이 디캠프가 출자한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를 받았다. 디캠프의 직접 지분투자를 한 스타트업으로는 고피자, 구르미, 에이셀테크놀로지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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