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LS전선 분식회계 ‘봐주기’ 의혹

윤지원 기자

2019년 ‘부채를 기부금 처리’…감사원 조사 요청에도 ‘방치’

내부 문건엔 ‘감사원 의견과 동일’ 판단에도…감리 등 아무 조치 안 해
금융위서 ‘부실 조사’ 이첩된 이후…국회에 “경위 파악 중” 의견 전달

금융감독원이 LS전선의 부실 회계처리 논란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LS전선 회계처리와 관련한 부실 조사 의혹 사안을 금감원에 이첩했다. 금감원은 “2019년 업무처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경위를 파악 중”이라는 의견을 지난주 국회에 전달했다.

LS전선은 자회사가 2012년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하는 전력 케이블 시험성적표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미지 쇄신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1000억원을 원자력 안전 발전기금으로 출연키로 했다. 원안위와 2017년 체결한 협약서에는 LS전선이 2018년부터 매년 100억원 상당씩 2026년까지 총 1000억원을 출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LS전선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100억원을 납부했다.

그런데 감사원이 원안위 기금 재무제표를 검토하던 중 LS전선에서 받기로 한 돈이 채권이나 우발자산으로 잡혀 있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 원자력기금 당해 예산서에 LS전선에서 받을 돈 100억원이 수입으로 반영됐는데 정작 자산으로는 잡혀 있지 않은 회계처리였다. LS전선이 자체 회계에서 1000억원을 부채가 아닌 ‘기부금’으로 처리하면서 빚어진 문제였다.

감사원은 2019년 초 금감원에 LS전선 회계를 들여다봐달라고 유선 질의했다. LS전선은 2017년 당기순이익이 745억원으로, 만약 1000억원이 실제 부채였다면 그해 25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만약 의도적으로 부채를 기부금으로 처리한 것이라면 분식회계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2019년 4월 감사원에 ‘충당부채 인식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관계를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구두 의견을 유선상으로 전달했다. 당시 금감원의 내부 검토 문건을 보면 “미래 지급계획을 대외에 발표하여 정당한 기대를 만들었다”며 “(기부가 아닌 충당부채라는) 감사원 의견과 같다고 판단”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후 감리 등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2020년 LS전선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출연금을 내지 않았을 때 아무런 페널티가 없었다”며 “이로 인해 1000억원을 기부가 아닌 부채로 볼 수 있는 의무라는 게 입증하기 어려워졌고 감리도 실질적으로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실제로 출연을 안 했던 때 페널티가 없었던 만큼 부채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LS전선의 회계 문제를 인식한 것은 2019년 초인데, 2020년 출연금 미납을 들어 당시 감리가 불가능했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페널티 여부를 들어 충당부채인지를 판단하는 금융당국의 해석에 대해서도 이견이 나온다. 국제회계기준(IFRS)은 소매상의 환불 방침을 예시로 들며 법적 의무가 없는 사안도 충당부채로 보고 있다.

한 회계 전문가는 “당국이 말하는 페널티는 법적 제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게 있었다면 이건 충당부채가 아닌 확정채무”라며 “지급 의무가 없다면 LS전선이 2021년과 2022년 협약서대로 100억원씩 계속 납부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허숙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이 문제를 잡아내 관계기관 협조를 요청했음에도 금감원이 이를 살펴보지 않고 이제 와서 기부금이라고 넘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LS전선은 “회계법인을 통해 기부금 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을 받았다”면서 “2026년까지 1000억원을 내기로 협약서에 있는 만큼 충실하게 출연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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