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앞뒀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가 상장 문턱에서 철퇴를 맞았다. 이노그리드가 주요 사항을 사전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취소하면서다. 1996년 코스닥 개장 이후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지난해 공모가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었던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포함한 상장 심사가 강화된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주요내용 미공시 이유 상장예비심사 결과 뒤집어
지난해 ‘뻥튀기 상장’ 논란 뒤 심사 강화 효과인듯
한국거래소는 지난 18일 코스닥시장위원회 심의를 거쳐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결과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4~25일 청약을 코앞에 두고 거래소가 상장 취소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가 코스닥상장규정 8조의 ‘상장예비심사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심사신청서의 거짓 기재 또는 중요사항 누락’에 해당한다고 봤다. 거래소는 “이노그리드는 관련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중요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해 상장예비심사신청서 등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사실을 심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노그리드의 신청서에서 누락된 내용은 최대주주와 관련된 분쟁 사항이다. 이노그리드는 지난달 27일 6차 증권신고서에서 “과거 최대주주였던 법인과 최대주주 상호간 당사 발행 주식 양수 및 금융회사의 압류 결정 등과 관련 분쟁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기술했다. 지난 2월 말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노그리드가 3개월 간 이같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고시한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심사 통과 이후 증권신고서 수정 전 민원이 들어왔다”며 “보통 (문제가 있으면) 자진 상장 철회를 하지만 계속 (상장을) 진행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노그리드는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하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않은 상태이며, 일반투자자 청약을 실시하기 전이므로 투자자 보호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노그리드는 향후 1년간 상장예비심사를 받을 수 없다.
거래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공모가 ‘뻥튀기’ 논란이 일었던 파두 사태로 상장 심사가 강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는 상장 전 증권신고서에서 연간 매출액 추정치를 1202억원으로 발표했으나 실제 매출액이 3분기 3억2000만원으로 크게 미달되며 부실 상장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지난달 IPO 주관업무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부실상장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거래소도 재발방지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상장예비심사 신청제한 기간을 1년에서 3~5년으로 늘리고, 신청서 서식을 개정해 필수기재 사항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지양하는 등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주주들이 손해 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상장 심사를) 꼼꼼히 보는 경향이 나빠보이진 않는다”며 “예비심사 승인 후에도 탈락할 수 있다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에 주관사들도 신경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책임 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주관사는 회사 입장을 대리해 리스크를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하는 만큼, 주관사가 미리 걸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발행사가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주관사가 강제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발행사가 정리해 보내주는 방식인데, 발행사측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주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들여다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