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윤곽…CEO·임원 ‘제재 기준’ 구체화

김지혜 기자

금융당국, 임원별 내부통제 의무 명시 ‘책무구조도’ 지침 공개

향후 불완전판매·직원 횡령 등 사고 발생 때 제재 판단 근거로 활용
홍콩 ELS 사태·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은 ‘중대한 위법행위’ 해당
‘상당한 주의’ 다 하면 제재 감경·면제…내달까지 업계 의견 수렴

금융회사의 임원별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명시한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금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CEO) 등 임원의 제재 여부와 수위를 판단하는 금융당국의 내부 지침이 공개됐다.

감독당국은 앞서 발생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우리은행 횡령사고와 같은 사태가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재발한다면, 해당 지침이 CEO 등 임원을 직접 제재하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임원의 경우 제재를 감경·면제하는 기준도 함께 마련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시행된 개정 지배구조법에 따른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 제재 운영지침(안)’의 주요 내용을 11일 공개했다. 지배구조법은 책무구조도상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한 임원을 제재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해당 지침을 통해 제재 수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임원 제재의 최종 조치 수준은 총 2차에 걸친 판단 절차에 따라 정해진다. 1차로는 금융사고나 정기검사 등을 통해 드러난 내부통제 관리의무 소홀이 얼마나 ‘중대한 위법행위’인지 판단한다. 금융사고 없이 임원의 관리의무 미이행 사실만 확인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8가지 세부 기준을 적용해 하나라도 ‘중대한’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당국은 해당 책무를 진 CEO 등 임원을 대상으로 책임규명 절차를 개시한다. 관리의무 미이행, 임원의 지시·묵인 또는 조장·방치, 위법행위 발생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 등이 세부 기준에 속한다.

과거 사고를 예로 들면, 우리은행 직원이 8년간 총 8회에 걸쳐 697억원을 횡령한 사고의 경우는 세부 기준 중 ‘장기간 또는 반복적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최근 논란을 빚은 H지수 ELS 사태도 세부 기준 ‘대규모 고객 피해 발생’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이 밖에 사모펀드·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저축은행 ‘작업대출’, 카드 3사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과거 사태도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일어났다면 임원 제재의 근거가 되는 ‘중대한 위법행위’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2차 판단에서는 제재 대상이 된 임원별로 내부통제 관리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는지 조사·고려해 제재를 감경·면제한다. 예를 들어 CEO가 내부통제 실패로 이어질 만한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파악해 해소 방안을 마련한 것이 문서·기록 등으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상당한 주의’를 기울인 것으로 인정돼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다.

금융당국은 제재 운영 지침에 대한 업계 의견을 다음달까지 수렴해 확정하고, 추후 구체적인 제재 양정 기준도 수립할 예정이다.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오는 10월31일까지 시범운영에 참여하는 은행·금융지주사에는 운영 기간 동안 임직원 제재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촘촘한 임원 제재 기준이 내부통제 강화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은 업계 호응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제재 지침 등을 보면 당국의 금융회사 내부통제 강화 정책이 오로지 제재와 처벌에만 집중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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