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시중은행은 예금 금리를 낮추는 반면 일부 저축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금리를 조정하고 있지만, 예금 수신으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의 경우 하반기 금리 인하와 함께 대출을 늘리기 위해 미리 수신 잔액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65%다. 올 초 3.96%로 시작한 저축은행 예금 금리는 꾸준히 떨어져 지난 5월21일 3.6%대로 진입한 이후, 지난달 18일부터 3.65% 금리를 유지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대형 저축은행들은 잇따라 예금 금리 인상에 나섰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6월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81%(단리)에 제공하고 있고, 애큐온저축은행도 지난달 말 3.58%에서 이달 3.68%로 높였다. 최근 SBI 저축은행은 금융플랫폼 사이다뱅크에서 취급하는 사이다입출금(파킹통장) 금리를 0.2%포인트 올려 3.2%로 책정했다.
반면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주요 수신 상품 금리를 0.35%포인트까지 인하했고, 신한은행도 일부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내렸다. KB국민은행도 거치식예금의 수신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년 만기 예금상품 평균 금리(전월 취급 평균)는 3.47%로 저축은행 평균보다 0.72%포인트 낮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6월 예금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가 저축은행보다 각각 0.01%포인트, 0.02%포인트 높았는데 최근 양상이 바뀐 것이다.
‘시장 금리 하락세’라는 동일한 현상이 정반대의 예금 금리 변동을 낳은 결과다. 시중은행은 시장 금리의 하락세를 반영해 예금 금리를 조정했다면, 저축은행은 시장 금리의 본격 하락을 앞두고 대출 확대를 위해 수신 잔액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상에 대해 “그간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 악화로 신규 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했지만,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며 수신고를 확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저축은행 수신은 101조9185억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