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지속하면서 연체율이 치솟은 저축은행 4곳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실태 평가를 시행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리자 감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평가 결과에 따라 고강도 경영개선 압박 조치가 나올 수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저축은행 4곳에 대해 경영실태평가에 나선다. 이번 평가대상은 올해 1·2분기 연속으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곳이다. 지난 6월에도 저축은행 3곳에 대해 경영실태평가를 진행했는데 불과 2개월여 만에 평가 대상을 늘린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반기에 경공매로 부실채권이 정리되는 점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실태평가 대상을 추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실태평가는 자산건전성 지표 등이 부실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감원이 구체적 관리 감독에 나서기 위해 진행하는 사전 평가를 말한다. 금감원은 실태평가를 통해 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경영관리능력 등을 1등급(우수)∼5등급(위험) 등 5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만약 자산건전성·자본적정성에서 4등급(취약) 이하를 받으면 부실채권 처분·자본금 증액·배당 제한 등에 대한 적기시정조치가 나올 수 있다.
적기시정조치는 강도에 따라 경영개선권고, 경영개선요구, 경영개선명령으로 나뉜다. 가장 강력한 경영개선명령이 나올 경우, 영업정지 혹은 합병·매각이 결정되는 초유의 사태가 나올 수 있다.
저축은행 업권은 PF 부실 여파로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8.3%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8.8%) 대비 0.5%포인트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늘고 있어 건전성 우려는 꺼지지 않았다. 올해 3월 말 기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20%가 넘는 저축은행 79곳 중 10곳에 달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소폭 하락한 것은 맞지만 추세적으론 계속 관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개별 저축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모두 파악 가능한 2분기 자료는 내주 중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수도권 부동산 거래가 조금 늘었다고 해도 PF시장에 온기가 느껴질만큼 본질적 변화는 지금까지 없다”며 “부실 위험이 계속 있는만큼 당국에서 건전성 관리를 더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 PF 정상화펀드를 통해 저축은행들이 매각한 자산도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중앙회는 5100억원 규모로 2차 정상화펀드를 조성하고 자금을 집행했다.
개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을 돕기 위해 펀드가 조성됐으나 펀드에 자금을 넣은 측과 펀드에 부실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이 80% 이상 동일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실제 자산을 판 게 맞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외적으로 펀드에 팔았다고 신고해 부실지표를 감추면서 실제론 PF 사업장에 대한 권한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당국의 관련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태라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중소형 캐피탈사에 대한 현장점검도 이달 초 진행해 두 자릿수대 연체율을 기록한 일부 회사에 연체율 관리 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할부금융사와 리스사 등 51개 캐피탈사 중 18곳의 고정이하여신(NPL) 커버리지비율이 두 자릿수 대에 머물렀다. 이는 충당금보다 부실채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