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SK이노)과 SK E&S 합병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기로 하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되는 두산 밥캣과 두산 로보틱스 합병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낼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 밥캣과 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다음달 25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활동을 시작하는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는 지난 22일 제10차 위원회를 개최해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논의되는 SK이노와 E&S 합병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을 하기로 결정했다. 반대 사유로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명시했다. 앞서 시민단체와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SK이노·E&S 합병으로 일반주주의 가치가 희석돼 주주가치가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국민연금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은 것이다.
앞서 SK이노와 E&S의 합병비율은 1대 1.19로 정해졌는데, 합병 과정에서 SK이노가 자산가치가 아닌 저평가된 시가(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정해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번 합병이 지배주주에겐 유리하고 일반주주에겐 불리한 대표적인 이해상충 사안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합병가액 산정과정에서 순자산가치로 합병비율을 재산정할 경우 지배주주인 SK의 합병 법인에 대한 지분율은 시가 합병 시의 55.91%에서 47.47%로 하락하고 그 외 주주들의 지분율 합은 43.74%에서 52.10%로 늘어나게 된다. 합병비율 산정 방법에 따라 주주의 유불리가 갈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SK이노·E&S 합병에서 일반주주의 손을 들은 만큼 비슷한 사안인 두산 밥캣·로보틱스 합병에서도 반대 의견을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산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알짜기업’인 밥캣과 ‘적자회사’인 로보틱스의 합병을 추진해왔는데, 시가 기준으로 산정된 합병비율은 오히려 적자회사인 로보틱스에 유리하게 산정해 지배주주의 지배력은 커진 반면 밥캣 소액주주들의 권리는 침해됐다는 비판이 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그룹 계열사 합병에서도 시가보다 공정가치를 평가하도록 하고 불만이 있으면 사법적 구제를 요청하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두산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통해 제동을 걸며 압박한 가운데, 두산밥캣 지분 6.49%를 보유한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나머지 지분 34.24%를 보유한 소액주주들도 움직일 수 있다. 이미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는 지난 22일 “두산 분할합병을 저지하는데 적극 나서기로 결정했다”며 두산 합병 관련 소액주주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활동을 시작했다. 두산 밥캣·로보틱스 합병안에 대한 의결은 다음달 25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