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제 조치’ 비판…은행권 “질책 말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가계대출 억제 조치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일률적이고 기계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지금 필요한 건 질책이 아닌 일관된 가이드라인”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대출 억제 조치를 내놓기 전 대출을 신청했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 신뢰 보호 차원에서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후 은행권의 가계대출 억제 조치들을 두고 “과한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금융당국과 공감대를 형성한 대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이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을 비판한 후 쏟아져 나온 대출한도 제한 조치들이 실수요자 피해를 낳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어 “추석 전 은행장 간담회 등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은행마다 상품 운영이 들쭉날쭉한데 자체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질책과 주문만 쏟아낼 뿐,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내놓지 않는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은 상황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 인정을 확대하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진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작심 비판도 내놨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지주가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현 경영진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동양생명보험·ABL생명보험 인수 추진 등에 대해 “문제가 된 리스크 등의 요인이 있어 정기검사를 당겨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