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성장률만큼 코스피 성장했으면 지수 6000 넘었어야”

김경민 기자

‘자본시장 선진화’ 토론서 전문가들 ‘쓴소리’

“지배주주 영향 아래 일반주주 있는 한 ‘K디스카운트’ 답 없어”
미국은 같은 기간 GDP 4배 성장할 동안 S&P500 10배 성장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만큼 코스피가 성장했다면 지수가 6000이 넘는다. 이 시장은 저평가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한경협회관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 참석한 박유경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전무의 말이다.

국민연금과 한국거래소, 금감원이 공동 개최한 이날 행사에선 증시 저평가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기관투자가와 전문가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지배구조 개선 없인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박 전무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GDP는 4배, S&P500 지수는 10배 성장했으나 한국은 같은 기간 GDP는 7배, 코스피 지수는 3배 성장하는 데 그쳤다. 국내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7%에서 올해 13%로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대만은 12%에서 19%로 비중이 역전됐다.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것은 총수일가 등 지배주주의 지배력은 강한 반면,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방안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박 전무는 “이사회는 지배주주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고, 주주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권한이 굉장히 작다”며 “권리를 가진 유일한 존재는 주주로, ‘경영권’이란 말 자체를 시장에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혁 서울대 교수도 “(국내 기업의)소유구조 자체가 주가를 올릴 유인이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어떻게 하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지에 정책목표를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주주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던 두산 합병안에 반대한 국민연금도 기업들의 전향적인 태도를 강조했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기업들에 배당, 이사 선임, 합병·분할 등에 대해 의견을 묻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묻지 않더라도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를 위한 상법 개정에 미온적인 정부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나 정작 정부가 한 것은 총수의 세금을 깎아주는 것에 그쳐, 초점이 잘못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기업들을 감쌌다. 이 원장은 “일본의 경우 소유분산기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창의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할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주인의식이 있고, 단점도 있지만 이로 인해 경제가 성장한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조화롭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법 개정 등 의무 규정을 둔다 하더라도 기업, 이사회, 지배주주가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지 않으면 실제 작동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왜 필요한지 시장과 경영진 간 소통이 되면서 바뀌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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