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이 30일 “금년 남은 3개월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은행권에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이 잇따르면서 금융권은 올 하반기까지 대출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중은행 중에선 대출금리를 올리는 곳들이 생겼다.
김 위원장은 이날 8개 금융지주회장 및 은행연합회장이 참석한 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가계대출을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 내부통제 강화 등을 거론했다. 특히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인 가계대출에 대해 여러 차례 은행권의 철저한 관리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 들어 (가계부채가) 축소·안정세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에서 가계부채 총량의 60%가 취급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금융지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가 지속될 수 있도록 지주차원에서 책임감을 갖고 가계부채 관리 목표를 수립해달라”고 당부했다.
5대 시중은행들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지난 8월 이미 초과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말 가계대출 잔액 목표치는 151조4000억원인데 이미 8월 15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115조4000억원이었던 올해 목표치를 8월 116조원으로 초과했다. 신한은행도 120조5000억원이었던 목표치를 122조3000억원으로 훌쩍 넘겼다.
이에 5대 은행들은 대출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7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집단잔금대출에 대해선 대출모집인 접수를 한시 중단했다. 또 다음달 4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0.45%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 2일 아파트 담보대출 금리를 최대 0.20% 포인트 추가로 상향 조정하고 기업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취급을 중단한다.
김 위원장은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건 등 내부통제 부실이 발생하는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며 최근 횡령, 불완전판매와 같은 금융사고는 금융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하시키는 사안”이라며 “책무구조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시범운영에도 적극 참여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금융지주회장들은 가계부채,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부동산 PF, 제2금융권 건전성 등 우리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을 금융지주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