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동남아·호주서 대규모 감원···“해외 직원 10% 해고 계획”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삼성전자가 동남아시아·호주 법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이번 감원 규모는 대략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삼성전자가 최근 겪고 있는 반도체 등 주력 사업에서의 ‘위기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 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원 규모는 해당 국가 근로자의 약 10%에 해당한다. 영업·마케팅, 관리직 등 비 제조 분야 인력이 주요 대상이다. 이날 싱가포르의 삼성전자 직원들은 인사담당자에게 해고 및 퇴직금 지급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총 직원 약 26만7800명 가운데 해외 사업장 소속 직원은 14만7000여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감축 목표치는 해외 직원의 10%가량으로, 수천명 규모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는 감원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최근 단행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앞서 지난달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가 미국·유럽·아시아·아프리카 시장에서 영업·마케팅 직원의 15%, 행정직원의 30%를 감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일상적인 인력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일부 해외 자회사들은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기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한다”라며 “회사 차원에서 특정 직책에 대한 구체적인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해고가 불가능한 만큼, 상대적으로 노동법이 느슨한 해외에서의 감원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등 주력 사업들에서 겪고 있는 난항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역점을 두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수율 등의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운드리는 올 상반기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3분기에도 5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볼 것으로 관측된다.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은 올 상반기 잠시 호황을 맛봤으나 PC·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세가 주춤하면서 지난달 D램·낸드 가격이 10% 이상 폭락하는 등 전망이 밝지 않다. 블룸버그는 “이 회사는 과거에도 악명 높은 순환적 메모리 칩 시장을 헤쳐나가면서 인력 규모를 줄여 온 바 있다”고 분석했다.